한반도 남부에 600년간 존속했던 고대 국가 가야의 역사적 가치를 보여주는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국내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영남과 호남 지역에 존재했던 '가야'를 대표하는 7개 고분군을 하나로 묶은 연속유산으로, 등재 추진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위원회는 지난 10일 개막해 25일까지 계속된다.
가야고분군은 행정구역상 경남 5곳, 경북 1곳, 전북 1곳에 분포해 있다.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이다. 이들 유적은 모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은 지리 분포와 입지뿐 아니라, 규모와 부장품 등의 면에서 극동지역 고대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위원회는 "(가야고분군은)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등재를 결정하며 구성 요소(7개 고분군) 내 민간소유 부지를 확보해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라고 권고했다. 또 유산과 완충구역, 특히 경남 창녕의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사이 도로로 인한 영향 완화 조치도 권했다. 7개 고분군 전 지역의 홍보 전략 개발과 통합 관찰 체계 구축, 지역공동체 참여 확대도 요구했다.
이번 등재는 지난 2013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후 지난 2021년 1월 유네스코로 신청서가 제출됐다. 당초 지난해 6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위원회 의장국이었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하면서 위원회 개최를 잠정 연기해 등재 결정이 미뤄졌다.
그러나 올해 러시아가 의장국 지위를 내려놓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의장국으로 결정되면서 지난 5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유네스코 본부에 말이산 고분군을 비롯한 ‘가야고분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권고' 의견을 전달했다.
가야고분군은 한국의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이전까지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13개의 문화유산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갯벌 등 2개의 자연유산이 등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