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5일 문재인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를 통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 최소 94차례에 걸쳐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밝혔다.
특히 27회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던 2017년 6월~2021년 6월, 이 같은 조작을 집중적으로 지시해 부동산 대책 효과를 부풀리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제대로 협조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며 부동산원장의 사퇴를 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의 기점을 2017년 6월로 봤다. 청와대가 국토부와 부동산원으로부터 주택통계를 '미리' 받아 보기 시작할 때다. 통계법은 통계기관의 '작성 중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하거나 누설'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6·19 대책) 발표 직전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 부족하다"면서 서울의 주간 주택매매동향을 주중조사에 추가 실시하고자 했다. 또한 국토부에 주 1회 보고되던 부동산원의 주택 관련 통계를 주 3회로 늘리도록 했다. 당시 청와대 지시는 부동산원 원장에게 직접 이뤄졌고, 부동산원은 그해 12월부터 금요일(주중치), 월요일(속보치), 화요일(확정치)로 구분해 청와대와 국토부에 보고했다.
이렇게 확보한 통계치는 '조작 지시'로 이어졌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감추기 위해 주택가격 변동률을 전주보다 낮게 나오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감사원은 그 근거로 대통령비서실 관계자가 국토부에 보낸 메시지를 여럿 제시했다. "시장을 똑바로 보고 있는 거냐, 수치가 잘못됐다" "언제쯤 (가격이) 하락할 거 같냐" "전주보다 올라가면 안 될 텐데 확인해보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18년 8월 청와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등의 대책(8·27 대책) 효과를 통계에 반영하도록 국토부에 지시했다. 국토부는 다시 부동산원에 "보도자료에 시장 안정 전망을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실제 부동산원 주간 보도자료에는 "금주 조사에는 정부 정책발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이례적으로 담겼다. 당시 부동산원은 시장점검회의에서 "제대로 조사하고 있는 거냐"는 국토부의 질책을 여러 차례 들어야 했다.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2019년 청와대와 국토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문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둔 4월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취임 2주년을 앞둔 6월에 "수치를 더 낮게 산정하라", "집값 상승률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가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9·13 대책으로 마이너스를 유지하던 서울의 주택 매매 변동률이 보합세로 전환되면서 국토부의 지시와 압박 강도는 더 강해졌다. 부동산원을 상대로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린다"고 읍소하거나,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호통쳤다. 급기야 "부동산원이 국토부에 적극 협조하지 않고, 본업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부동산원 원장의 사퇴를 압박한 정황도 발견됐다.
청와대는 2020년 6월 부동산 추가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5주 차 통계 공표 직전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국토부에 전했다. 그 결과 0.07%로 조사됐던 해당 변동률은 전주와 같은 0.06%로 변경됐다. 이외에 "주택정책과장은 지금 뭐 하는 거냐"(2020년 7월) 등 국토부와 청와대 비서실의 지시와 질책, 문책성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