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역무원이 직장 내 스토킹을 겪다 일터에서 참변을 당한 '신당역 스토킹 살해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다시는 있어선 안 될 비극의 1주기를 맞아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14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인을 추모했다. 노조 측은 직장갑질119 등과 함께 4일부터 이날까지 '신당역 사건 1주기' 추모 주간을 선포하고 역 인근에 추모 공간 등을 조성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인의 서울교통공사 동료와 노조원,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한 손에 촛불, 한 손에 피켓을 들고 고인을 기렸다. 피켓에는 '국가도 회사도 막지 못한 죽음, 우리가 기억하고 분노한다'고 적혀 있었다.
참가자들은 신당역 사건 이후에도 지하철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라며 공사와 서울시, 정부를 성토했다. 김영애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장은 "역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달라진 게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며 "일하다 죽지 않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기범 서울교통공사 직원은 "피해자와 다른 직원 한 명이 함께 순찰을 돌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공사는 여전히 효율만 따진다"고 지적했다.
시민 홍희자(47)씨는 "1년 전 더 크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며 "너무 마음이 아프다, 누가 일하다 이런 일을 당할 거라 생각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지난달 지하철노동자 1,0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3.55%가 "2인1조 순찰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공사가 기간제 인력인 지하철 안전도우미를 채용하고, 올해 상반기 신규 인력을 채용해 추가배치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나홀로 근무'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1년 전 피해자는 홀로 순찰에 나섰다가 입사 동기였던 전주환(32)에게 참변을 당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력충원 계획을 세워 2인1조 순찰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하철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단 4.74%가 역에서 근무하며 안전을 보호받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 내 스토킹 등 성폭력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직장갑질119·아름다운재단이 지난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보니, 응답자의 8%가 회사에서 스토킹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 피해자의 절반 이상인 52.8%가 스토킹 수준이 심각했다고 답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정부가 신당역 사건 이후 범죄피해자를 보호하고 고인의 피해가 헛되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며 "여성이 일상을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