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사용 늘었지만 국내 탄소배출도 증가"

입력
2023.09.15 04:30
삼성전자 온실가스 99%가 한국 사업장서 배출


삼성전자가 글로벌 캠페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가입한 1년 동안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렸지만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국내 사업장에 관한 정보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4일 발표한 '삼성전자 신환경경영전략 1주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 2만8,316기가와트시(GWh) 중 31%인 8,704GWh를 재생에너지 전력을 통해 마련했다. RE100 가입 전인 2021년에는 그 비중이 20%였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배출한 온실가스 양도 2021년 1,740만 톤에서 지난해 1,505만 톤으로 줄었다. 전력을 쓰느라 발생한 온실가스는 '간접배출'로 집계되는데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배출한 온실가스 간접배출량은 2021년 979만 톤에서 2022년 908만 톤으로 줄었다.



"신재생에너지센터, 기업 기후정보 알면서도 비공개"


그러나 한국 사업장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2021년 1,449만 톤에서 지난해 1만4,923만 톤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전 세계 배출량은 삼성전자가 내놓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한국 배출량은 국가온실가스관리시스템이 발표한 것으로 두 자료가 맞다면 전 세계 배출량의 99%가 한국에서 나오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사업장에 관한 기후 관련 경영 정보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비중이 얼마인지, 어떤 방법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쓰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RE100에 가입하면서 이를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제출한 자료로 한국에서 쓴 재생에너지 전력량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자체 태양광발전을 통해 5,500메가와트시(MWh), 자체 지열발전으로 1만1,000MWh, 녹색프리미엄 구매 등으로 49만 MWh를 썼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에너지관리공단 산하 신재생에너지센터가 국내 기업의 RE100 인증을 다 하기 때문에 기업별 전력량, 재생에너지 비중과 조달 방법을 모두 알고 있지만 공개하지 않는다"며 "그 자료가 알려져야 투자자도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재생에너지 '질'도 생각해야


그린피스는 삼성전자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사용량의 대부분은 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쓴 것으로 '인정받은 것'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CD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소비량의 87.5%를 REC 구매로 해결했다. 11.5%는 한국전력 등에서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로 인정받는 녹색요금제를 이용했다. 미국 풍력발전소, 인도 태양광 발전소 등에서 직접 재생에너지를 구매한 건(PPA) 1% 미만이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내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는데, 역시 94%는 REC 구매와 녹색요금제를 통해서였다. 같은 해 애플이 PPA(65%)와 자체 설비(15%)로 재생에너지를 쓴 것과 대조적이다. 애플은 REC도 미리 많이 사둬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이 실제 사용한 것보다 많았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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