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 '아이폰15'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보다 조금 전 출시된 중국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는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애플과 화웨이 간 신제품 경쟁이 미중 패권 다툼의 대리전 양상을 띠는 가운데, 중국이 암암리에 '애플 고사 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15 출시 이틀째인 14일 오후,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 순위를 살펴보면 50위권 안에서 '애플'이나 '아이폰15'와 관련된 검색어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메이트60프로'는 7위에 올라 있다.
전날 새벽 온라인으로 실시간 방송된 아이폰15 출시 콘퍼런스 영상의 웨이보 조회 수는 무려 24억 회를 돌파했다. 하지만 인기 검색어 순위 50위에도 들지 못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현상이다. 대만 중앙통신은 웨이보의 많은 인플루언서가 애플의 콘퍼런스 직후 웨이보 인기 검색어 집계에서 아이폰15가 삭제된 사실을 발견했다며 "인위적인 애플 억제로 웨이보가 상부 지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 지시에 따라 의도적으로 웨이보 검색어 순위에서 아이폰15를 '들어냈다'는 뜻이다.
사실이라면 중국이 아이폰15를 상대로 '보이지 않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포함한 미국 브랜드 전자 제품을 업무에 사용하지 말라는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아이폰15 검색어 삭제' 지시가 내려졌다고 볼 법하다.
그러나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애플 등 외국 브랜드의 휴대전화 구매나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내놓은 바 없다"며 WSJ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최근 상당수 매체에 애플 제품의 보안 관련 사건이 나온 것을 확실하게 봤다"며 "중국은 정보와 인터넷 보안을 고도로 중시한다"고 부연했다. 공식적인 애플 보이콧 지침은 없다면서도, 사실상 보안 위험이 있는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주문한 셈이다.
미국은 "중국이 보복에 나선 것"이라며 반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미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우리는 우려하는 마음으로 이 상황(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을 지켜보고 있다"며 "과거 중국에서 보았던 미국 기업에 대한 공격적이고 부적절한 보복의 일환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화웨이를 애플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 대 화웨이'로 재편되는 흐름에 주목하며 "화웨이가 중국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지배력을 종식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중국의 스마트폰 매장들에선 메이트60프로 예약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화웨이가 '메이트60' 시리즈의 하반기 출하량을 20% 늘려 올해 최소한 4,000만 대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