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당을 향한 공개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위해 불공정한 경선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13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기고문에서 “민주당은 경선을 조작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우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바이든 대통령과 자신이 맞붙는 토론회 주최를 거부한다는 걸 문제 삼았다. 어떤 후보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한테 더 효과적으로 도전할지를 판단할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취지다.
케네디 주니어는 또 DNC가 바이든 대통령 희망에 따라, 첫 경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한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1972년부터 아이오와에서 코커스(당원대회)를 열고, 뉴햄프셔에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인종 다양성 반영을 위해 인구의 90%가 백인인 아이오와 대신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첫 경선지를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케네디 주니어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첫 경선지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민주당 경선 때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모두 패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이 밀어 주는 후보자인 바이든을 위해 경선 절차를 조작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상·하원의원, 주지사, 전직 대통령·부통령 등 슈퍼 대의원(super delegate)이 당내 경선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점도 지적했다. 슈퍼 대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케네디 주니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일반 대의원 70%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런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DNC와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에게 만남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정치 체제가 조작됐다고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DNC의 최근 조치는 이러한 전망을 확증해 준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내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케네디 가문 일원이지만, 당내 존재감은 크지 않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국면에서 코로나19 백신 거부 운동을 펼치고, 올해 7월 유대인과 중국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크다는 음모론을 내놓는 등 당의 정책과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