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푸틴, 탄약 원해… 북한 군사력 강화 합의 우려”

입력
2023.09.1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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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비 NSC 조정관, 브리핑서 “면밀히 주시”
“대러 지원 땐 분명 후과” 북에 재차 경고
블링컨 국무 “북한, 기술 이전 수혜 안 돼”

미국 백악관이 13일(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탄약을 원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반대급부로 북한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졌을 경우에 대해 “중대한 우려가 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북러 간 군사 관계의 급성장을 분명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관련해선 위성 기술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탄도미사일 기술과 사실상 같다는 점을 환기시킨 것이다.

북러 정상의 합의 내용 관련 논평에는 신중을 기했다. 구체적 회담 결과에 대해 당사국들이 함구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지원할 가능성과 관련,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에서 벌어지는 화력전이 포병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푸틴 대통령이 한 종류 이상의 탄약을 북한으로부터 얻기를 원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합의 내용을) 추정하고 싶지는 않다”는 단서를 붙였다.

커비 조정관은 또 “북한과 러시아가 상대방에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확실치 않은 데다 두 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잘 협력하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계심을 감추진 않았다. 그는 “북한의 군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어떤 합의도 확실히 우리에겐 중대한 우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커비 조정관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측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공적 약속을 이행할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구상의 어떤 국가도, 누구도 푸틴 대통령이 무고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살해하는 데 도움을 줘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거래 사실 확인 땐 추가 제재를 부과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커비 조정관은 “그들이 무기 거래를 추진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며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주 말한 대로 분명히 미국, 국제사회 모두로부터 좋지 않은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북한에 거듭 경고했다.

“적절한 경우 북러에 모두 주저 없이 제재 부과”

미국 당국자 반응도 대동소이하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찬성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할 (무기 개발) 프로그램 관련 협력을 북한과 논의하는 것은 문제”라며 “북러 간 협력 확대와 무기 이전 가능성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기 이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북러 양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적절한 경우 제재를 부과하는 데 망설이지 않겠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팟캐스트 ‘세계를 구하라’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북한이 러시아가 제공 가능한 기술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과 공조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측이 회담 내용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돕는 북한의 대러 무기·물자 공급과 러시아의 대북 위성·핵무기 기술 및 식량·에너지 지원이 교환됐으리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