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건강 경고등'에 단식장 실내로 옮겨... 의료진 만류엔 "더 이어갈 것"

입력
2023.09.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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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래·더민초·민평련 등 단식 중단 권고
노영민 비서실장도 문 전 대통령 우려 전해
체중 감소·저체온증에도 장소 옮기며 의지
"이상신호 땐 의료진이 중단 권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14일째인 13일 단식 장소를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본청 안 당대표 회의실로 옮겼다. 의료진의 ‘불가역적 손상’ 우려와 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단식 만류에는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제 도입을 촉구하며 진행한 단식 시간(13일)보다 길게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당 최고위원들이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 대표를 찾은 데 이어, 당내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 더민초, 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단식장을 찾았다. 전용기 의원 등 당 청년위원들은 이 대표가 비운 천막에서 연대 농성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에 이어 이날도 건강 문제로 최고위에 불참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오후 이 대표를 찾아 "정치가 실종되고 국익이나 민생보다는 이념이 우선시된 이런 상황에서 당대표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엄중한 상황에 대처하려면 빨리 단식을 멈추고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는 문 전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이 대표는 "깊이 잘 새겨서 결정하겠다"며 단식 유지 의사를 에둘러 밝혔다.

장기간 단식에 따른 이 대표의 건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통상 10일에서 14일이 지나면 의학적으로 불가역적 손상이 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진은) 단식이 한계에 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향후 심각한 이상소견이 발생할 경우 즉시 단식 중단을 강력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체중 감소와 저체온증, 부정맥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단식 장소를 찾은 백혜련 의원은 "검찰 포토라인에 선 뒷모습을 봤더니 다리가 젓가락이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까지 이 대표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의 체온과 혈당, 혈압 등을 매일 2~3차례 확인해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있는데, 단식이 길어지면서 빈도를 늘리기로 했다. 심장박동을 24시간 체크하기 위한 패치도 부착해 의료진이 확인하기로 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단식 장소 이전에 대해 "당대표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은 단식을 더 이어가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인 기자
배시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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