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다. 여행은 어땠나.”(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쁜 업무 중 초대해 주시고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감사하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13일 오후 1시(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州)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한 김 위원장이 차량에서 내리자, 푸틴 대통령이 반갑게 맞았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평소 정상회담장에 늦게 도착해 ‘지각 대장’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엔 이례적으로 30분이나 일찍 회담 장소에 도착했고, 김 위원장과 웃는 얼굴로 40초간 악수를 나눴다.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4년 5개월 만의 재회였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북러 정상은 먼저 러시아의 주요 위성 발사시설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첫 우주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그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옆에 서서 보필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화답했다. 이어 오후 2시 30분쯤 소유스-2 우주로켓 단지 기술 사무소 1층 회의실에서 회담이 시작됐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대화는 우선 양국 외교·국방 분야의 고위직 대표단이 배석해 확대 회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일대일 회담을 이어갔다. 두 정상은 오후 4시 반쯤 회담을 마쳤다.
김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러 무기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던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푸틴 대통령도 북한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는 이번 회담이 특별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북한은 최근 정권 수립 75주년, 전승절(정전협정일) 70주년, 북러 수교 75주년을 맞았다. 오늘 경제협력과 한반도 정세, 인도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 간의 ‘훈풍’은 회담 후에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공식 만찬에서 이번 러시아 방문이 “북러 관계를 깨지지 않는 장기적 협력 관계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신성한 투쟁을 벌이는 러시아군과 국민이 분명히 위대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러시아를 재차 옹호한 것이다.
이날 회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조부 김일성 주석,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 북한 지도자들의 길을 잘 따르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그는 “북러의 우호 강화와 북러 주민의 안녕을 위하여"라면서 건배를 제의했고, 김 위원장 또한 “푸틴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답사를 했다.
러시아 매체 ‘베레츠카’ 등은 회담 후 만찬 메뉴로 무화과와 천도복숭아를 곁들인 오리 샐러드, 캄차카반도산 킹크랩으로 만든 만두, 물고기 수프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메인 요리로는 감자·버섯을 곁들인 철갑상어와 구운 야채를 곁들인 쇠고기 스테이크가 제공됐다.
만찬 행사가 끝난 뒤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 ‘태양호’에 오르면서 4시간에 걸친 북러 정상회담은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 전투기 생산공장 등이 있는 러시아 극동의 다른 지역들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