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국가 리비아 북동부가 물바다로 변하면서 수백~수천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한 해 강수량의 약 80%에 달하는 폭우가 하루 동안 퍼부은 탓에 대홍수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군벌 정부는 "도시 인근 댐이 터져 최소 2,000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리비아 국가기상센터는 지중해성 폭풍 '대니얼'의 영향으로 지난 9일부터 24시간 동안 리비아 북동부 도시 알바이다에 강수량 414.1㎜의 폭우가 내렸다고 밝혔다. 이 지역 연평균 강수량(543.5㎜)의 76.1%에 해당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셈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남유럽 폭염 탓에 위력이 거세진 것으로 분석되는 대니얼은 앞서 그리스와 튀르키예, 불가리아에서도 최소 1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지만 리비아 북동부에선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다른 재앙을 낳았다. 극단적 폭우로 일대는 쑥대밭이 됐다. 수목이 적은 건조한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며 급류가 형성됐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거센 물길에 쓸려 내려갔다. 알바이다, 수사, 샤하트, 오마르 무크타르, 알마르지 등 수많은 도시에서 사망자가 속출했으며, 다층 건물과 교량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주요 석유 항구 네 곳과 학교, 상점 등도 줄줄이 폐쇄됐다.
특히 인구 10만 명인 항구 도시 데르나는 인근 노후 댐 2개가 수압을 견디지 못해 붕괴되면서 치명적 홍수가 발생했다. 리비아 동부를 장악 중인 리비아국민군(LNA)은 "데르나에서만 희생자가 2,000명, 실종자가 5,000~6,000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로선 정확한 피해 상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LNA 당국자들은 현재까지 시신 약 1,000구를 수습했으며 그 중 700구를 매장했지만 여전히 바다와 계곡, 건물 아래 곳곳에 시신이 방치돼있다고 전했다. 타메르 라마단 국제적십자연맹 대표는 "자체 조사 결과 현재까지 실종자 수가 1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생존자들은 급류 수위가 3m나 차올랐다며 악몽 같던 상황에 몸서리를 쳤다. 한 데르나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집들이 무너져 내리는 중에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아스마한 벨라운 리비아 동부 의회 의원은 "(데르나에 사는) 가족이 살아남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건 그들의 집이 사라졌다는 것뿐"이라며 초조해했다. LNA는 최소 3개의 교량이 무너졌으며, 마을 시설물과 주민들이 통째로 바다를 향해 휩쓸려 내려간 마을도 있다고 밝혔다.
LNA는 전 세계의 원조를 요청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와 LNA로 분열돼 무력충돌과 정정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타렉 메그리시 선임연구원은 WP에 "통치 실패 속에서 재난 피해는 더욱 증폭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