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에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교사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4년간 학교나 교육청 등으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은 교사 사연이 알려지면서, 가해 학부모들의 행태에 분노한 사람들이 온ㆍ오프라인상의 비난 행렬에 대거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적 제재는 법적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지난 7일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해당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비난 메시지가 붙고 계란과 케첩 등이 투척됐다. 결국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하던 학부모는 폐업 의사를 본사에 전달하고 문을 닫았다. 온라인에서도 해당 학부모 일부의 신상을 폭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잇따라 등장해, 이들을 향한 비난으로 도배가 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온라인에 해명성 글을 올렸지만, 되레 비난 수위만 더 높아졌다. 사망한 교사 조사에서 ‘정서학대’ 의견을 낸 국제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으로도 불똥이 튀어, 후원을 끊겠다는 사람이 잇따르고 있고, 해당 학교 정문에는 교장의 태도에 항의하는 근조화환까지 배달되고 있다.
24년 차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학부모들의 태도는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분명 심각한 사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를 추모하고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학부모가 얼마나 교사를 압박했고, 해당 학교 교장이나 교육청의 대응은 적절했는지 확인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적 제재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2차 피해를 초래해 사안의 본질을 희석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다만 관계기관들은 왜 사적 제재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대전시교육청이 그제 진상조사단을 꾸려 22일까지 징계나 수사기관 고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조사 결과와 수사로, 사적 제재 논란이 아닌 교권 침해라는 본질적인 문제의 답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