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1급 살인죄"... '거짓 인터뷰 의혹' 거칠게 때리는 국민의힘, 왜?

입력
2023.09.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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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최고위→긴급 의총→토론회' 총공세 
野 부도덕성 부각·국면 전환 노림수 
내년 총선 앞 '언론지형' 재편 셈법도

국민의힘이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연일 "사형", "1급 살인죄" 등의 거친 표현을 동원해 야당과 언론을 향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공모 가능성을 부각해 대야 공세에 나선 것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판 언론들을 압박해 여권에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與 지도부 총대 메고 연일 거친 여론전

국민의힘은 11일 최고위원회의, 긴급 의원총회와 '가짜뉴스·선거공작' 관련 긴급 토론회를 잇따라 열고 '대선공작 게이트'로 규정한 허위 인터뷰 의혹에 대한 총력 대응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허위 인터뷰 의혹과 이를 보도한 뉴스타파 등 매체 이름을 거론하며 "단순한 가짜뉴스가 아니라 치밀하게 기획된 공작뉴스"라며 "치밀하게 계획한 1급 살인죄는 과실치사죄와는 구분되는 악질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 공작은 자유민주주의 근본을 허물어 버리는 국기문란으로써 사형에 처해야 할 반국가범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7일에도 "사형"을 언급하는 등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총에서 '대선공작 진상규명', '대선공작 책임자 처벌'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민주당과 비판 언론들을 규탄했다. 아울러 오는 17일까지 정한 '대국민 보고기간'에 대선공작 의혹을 적극 부각할 방침이다.

'여론조작' 피해의식 與...야권 총공세·언론재편 명분 쌓기

국민의힘의 총공세 배경에는 주요 선거에서 친야권 세력의 여론조작으로 '불리한 선거'를 치렀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2002년 김대업 병풍사건', '2017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다. 김 대표가 "지난 정권 친문(재인) 검찰도 대선 공작 완성에 공을 세웠다"며 문재인 정부 검찰을 비판한 것도 지난 정부에 비판적인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간만에 (야권을 한꺼번에 엮을) 딱 떨어지는 건을 만났기 때문에 추석 전후까지는 힘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에 따른 이념·역사 논쟁을 '대선공작 게이트'로 시선을 돌리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에 앞서 여권에 유리하도록 언론 지형을 재편하려는 의도가 크다. 가짜뉴스에 대한 '언론 개혁' 이슈를 앞세워 비판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려는 셈법으로 읽힌다. 이날 당 가짜뉴스·괴담방지 특위 등이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가짜뉴스' 보도 언론사 퇴출 △네이버 등 포털 공정성 제고 등 방안이 제시됐다.

"이재명 배후설 너무 나갔다" 당내서도 우려 목소리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와 민주당 연루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공세는 반감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재명 민주당' 배후설은 좀 너무 나가 보인다. 수사를 지켜본 후에 그런 사실이 드러날 때 얘기해도 된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도 "가장 절실한 과제는 민생인데, 선거조작 메시지를 국민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라며 "당의 주장이 지나치면 관련 검찰 수사도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비공개 의총에서는 '대선 공작'이라는 표현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민순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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