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올해 적자 6.4조 예상... "대책 마련 못 하면 부도날 것"

입력
2023.09.11 14:00
경고등 켜진 공공기관 재정
한전·코레일 올해도 적자
12곳, 돈 벌어 이자도 못 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14개 ‘재무위험’ 공공기관이 올해 7조 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1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보면, 14개 재무위험 공공기관은 올해 6조7,17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재무위험 기관은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재무구조가 취약해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곳이다. 14곳 가운데 올해 적자가 예상된 곳은 9개 기관이다.

가장 큰 적자를 떠안게 될 곳은 한전이다. 지난해 25조 원이 넘는 적자에 이어 올해도 6조4,19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에 1,773억 원 적자를 찍은 뒤 2025년 흑자 전환을 예상했으나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반등해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실적 회복이 늦어질 경우 한전채를 발행해 외부 자금을 끌어와 기존 빚을 갚는 ‘빚 돌려막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한전의 재무 상태는 한계점까지 치달은 상태다. 올 6월 말 기준 한전의 누적 부채는 201조4,000억 원이다. 그중 2021년 이후 쌓인 부채만 약 47조 원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이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막은 탓이다. 앞서 이달 7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한전은 부도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전 다음으로 올해 적자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 곳은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올해 3,929억 원에 이어 내년에도 5,39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낼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운송 수요 회복이 늦고, 금리 인상‧역세권 개발 지연에 따른 이자비용이 늘어난 게 원인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2,246억 원)와 대한석탄공사(1,499억 원), 한국석유공사(982억 원), 한국수력원자력(206억 원) 등도 올해 당기순손실을 예고했다.

이들 기관의 재무 상태는 향후에도 계속 악화할 공산이 크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한전(-2.6배), 한국지역난방공사(-1.7배), 한수원(0.8배) 등 14개 기관 중 12곳의 배율이 1 미만이었다. 한국석유공사(1.8배)와 한국가스공사(1.3배)만 1을 웃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있었다.

정부는 자산 매각과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위험 기관의 재정건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올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발표하면서 2026년까지 이들 기관의 재정건전화 계획 목표(34조→42조 원)도 올려 잡았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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