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전북 전주 완산구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의 시신이 부패한 채 발견됐다. 그 옆에는 의식을 잃은 4세 남자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쓰레기가 쌓인 열악한 환경이었다. 최근 월세를 비롯해 전기요금·가스요금 등이 미납됐다고 하는데, 연체 정보를 토대로 ‘복지 취약계층’을 찾아내는 시스템이 어디에서 구멍 난 것인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이 여성의 사망은 빌라 주인이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그 덕에 아이의 생명은 구할 수 있었다. 아이는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닷새 전에 마지막으로 여성을 봤다는 집주인의 말을 토대로 하면, 아이는 며칠 동안 굶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을 필두로 복지 사각지대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11월, 수원과 서울 신촌에서도 건강보험료나 전기요금 등을 장기간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사망한 모녀들이 발견됐다. 전주 사건은 이런 복지 체계의 구멍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 구멍이 어디인지부터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정부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공과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되면 관할 시군구에 통보하고 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가 전주시에 통보한 명단에 이 여성도 포함됐다는데 왜 한 달이 넘도록 생활고를 포착하지 못한 것인지 조사가 필요하다.
발견된 아이가 여성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등록돼 있지 않았고, 여성이 전입신고 당시 빌라 호수를 기재하지 않아 공무원이 집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등록 아동 학대 가능성, 빌라 주인에게 물어보지도 않는 소극적 행정의 문제들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수원·신촌 사건은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서 당사자들의 생활고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후 정부는 연락처 확인을 위해 통신사 자료 연계 제도 등을 도입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복지체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