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집회날 병가, 가짜 아냐?" 연가 소명자료 내라는 경기교육청

입력
2023.09.08 13:43
소명 안 된다며 무단결근 상태 방치하기도 
"교육청, 평교사·관리자 갈라치기 시도"

경기도교육청이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였던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 집회를 위해 연가나 병가를 낸 교사들에 대해 소명자료를 요구한 뒤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학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라며 임태희 경기교육감을 직격했다.

8일 경기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49재 추모행사 하루 뒤인 5일 ‘공교육 멈춤의 날(4일) 관련 학사운영 및 교원복무 처리 안내’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교원의 복무 승인 시 관련 소명자료 등을 확인해 처리하라’는 내용이었다. 교육부가 49재 추모제 당일 교사들의 집단 연가ㆍ병가에 대해 징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전국 시도 교육청 중 유일하게 경기교육청만 소명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하루 연가ㆍ병가 사용 시 별도의 증빙서류 제출 관련 규정이 없는 탓에 학교장과 해당 교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상당수 교사들이 학교에 개인 사유나 일신상 이유 등의 사유로 연가나 병가를 냈다고 보고했지만, 일부 학교장이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결재를 미뤄 무단결근으로 처리될 상황이라고 한다. 일부 교사에 대해선 “가짜 병가 같다"고 추측해 해당 교사의 부재로 진행한 보결 합동 수업배정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해당 교사는 추가로 보강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정부교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경기교육청이 학교에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면서 교사들을 사실상 갈라치기하고 있다”며 “도교육청 지침으로 발생한 교사들의 피해 사례를 모아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에 대해 징계를 주겠다는 게 아니라, 학교 수업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등 수업 결손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