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는 2016년 정부가 5대 환경난제 중 하나로 지정할 만큼 해결이 어려운 영역이다. 후각이 냄새에 반응하는 시간은 0.2~0.5초, 순응 시간은 15~30초 정도로 짧은 데다 성별ㆍ연령ㆍ건강상태 등 개인 특성에 따라 느끼는 강도도 다른 탓이다. 실제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악취 민원은 2010년 7,247건에서 2020년 3만9,902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1일 울산 울주군 ‘태성환경연구소’에서 만난 김석만(53) 대표는 “악취저감 기술의 기본은 원인물질 파악”이라며 “20년 넘게 축적해온 1만 가지가 넘는 냄새 유발 성분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악취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물론 추적ㆍ예방도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태성환경연구소는 1997년 일본산 탈취제와 환경장비 기자재를 수입ㆍ공급하는 ‘태성통상’으로 출발했다. 한창 환경 문제가 국제사회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던 시기였다. 창업주인 윤기열(59) 회장과 김 대표는 자체 기술 개발에 눈을 돌렸다. 2001년 지금의 사명으로 바꾸고 전 세계에서 악취 원인 물질을 구해 각각의 특성을 분석한 뒤 데이터를 구축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불과 5년 만에 휘발성 유기화합물 및 악취 분석 흡착트랙 개발, 층상실리케이트와 유기ㆍ금속 양이온을 이용한 나노구조 냄새제거제 특허 획득, 국가지정 악취검사기관 인증, 중소기업청 이노비즈(INNOBIZ)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선정 등 환경 전문기업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2011년에는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내 최초로 22대 악취 분야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수익의 80% 이상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면서 얻은 결과였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악취 원인을 연구하는 전담 분석팀 3, 4명이 전부였다”며 “원인물질을 파악한 후 직접 탈취제를 만들다보니 개발팀에 설비구축팀까지 점점 조직이 커져 실상 매출이 늘어도 나가는 돈이 더 많았다”며 웃었다.
탄탄한 기술력은 곧 시장에서 빛을 발했다. 현대자동차가 차량 실내 냄새 저감 프로젝트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보통 신차 냄새 원인은 플라스틱 내장재와 에어컨 두 가지인데, 내장재는 첨가제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데 반해 에어컨이 문제였다. 수분 응축이 반복되는 에어컨 특성상 내부에 미생물 등이 번식해 지속적으로 냄새가 유발되고, 악취 원인 물질도 다양해 해결이 쉽지 않았다. 흔히 쓰는 향균코팅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먼지가 쌓여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에 태성환경연구소는 먼지뿐 아니라 냄새유발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나노복합소재 필터를 연구해 개발까지 성공했다.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현대기아 등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모양이 좋아도 냄새가 나면 안 팔리는 시대가 왔다”며 “자동차를 시작으로 가구와 전자제품 회사 등에서도 새로 출시한 제품의 냄새를 잡아달라는 의뢰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축사, 산단, 하수처리장 등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한 것도 기회가 됐다. 사후관리에 맞춰져 있던 냄새 저감 기술 시장은 사전예방으로 재편됐다. 태성환경연구소는 민원이 예상되는 중점관리 지역에 고정용 악취모니터링 장비를 설치하고, 악취 종류와 세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 뒤 기상 정보와 버무린 악취예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측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원인 물질의 정성ㆍ정량 분석이 가능한 최첨단 악취 추적 차량을 운행하며 실제 발생 여부도 검증했다. 2021년부터는 이를 토대로 악취 저감 컨설팅과 악취 제거 시설 설계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지시설선정예측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김 대표는 “국내 악취 정보를 인공지능(AI) 장비에 학습시켜 현장 실사 없이도 90% 이상 정확한 컨설팅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최근에는 수소 등을 감지하는 센서 국산화와 탄소중립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물속에서 미세한 기포로 악취와 미세먼지를 잡는 동시에 고순도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특허기술 80여 가지를 활용한 각종 신규사업으로 매출은 지난해 120억 원에서 올해는 벌써 250억 원을 넘어섰다. 직원 수도 120여 명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글로벌 환경종합병원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매년 일정 금액을 대학에 기부하는 등 지역 인재 육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