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는 빌런 맛집이었다. 배종옥 이규한 정상훈의 활약은 작품에 장르물의 깊은 매력을 더했다.
7일 ENA 드라마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가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살인 사건의 진범을 쫓던 형사가 가족의 감춰진 비밀과 욕망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진실 추적극이다.
기영(이규한)은 재판장에서 이복형제 영운(권율)의 어머니인 정숙(배종옥)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영운은 조금이라도 떳떳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 속에서 어머니에게 죄를 인정하라고 설득했다. 결정적인 증거까지 공개된 가운데 정숙은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결국 악인들은 죗값을 받게 됐다. 1년 후 영운은 교도소에 있는 어머니의 면회를 신청했지만 정숙은 거절했다. 영희(장혜진)와 마리(안시하)는 세상을 떠난 진우(렌)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를 떠올렸다. 기영과 민규(정상훈)는 탈옥을 꿈꿨고 진성(나인우)은 여전히 고영주(김지은)와 돈독한 사이를 자랑했다.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는 진실 추적극이라는 장르에 걸맞은 내용을 보여줬다. 진우의 출생과 죽음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극대화됐고 주인공들이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은 짜릿함을 안겼다. 빌런의 악행이 드러나고 벌을 받는 결말은 뻔하지만 매력적이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 중 하나는 악역들의 존재감이었다. 정의로운 주인공들이 진실을 추적하며 각종 난관을 맞닥뜨리도록 하기 위해 악역들은 지능적이면서 권력 등 영향력까지 갖고 있어야 했다. 배종옥은 악행을 저질러온 진진메디컬 병원장 정숙 캐릭터를 통해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이규한은 기영을 통해 반전을 안겼고 정상훈은 안하무인 치과의사 배민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빌런들의 활약에 힘입어 김지은도, 그리고 데뷔 후 첫 장르물에 도전하는 나인우도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의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초반에는 1%대를 기록했고 점차 상승했으나 지난 6일 방송까지 3%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를 본 시청자들은 만족감을 내비쳐왔다. 탄탄한 이야기 속에서 가족의 사랑, 생명의 무게 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고 속도감 또한 적절했기 때문이다. 작품은 장르물 마니아들의 새로운 인생작으로 거듭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