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에 재정준칙 도입을 재차 촉구했다. IMF 연례협의단이 8월 24일부터 최근까지 2주간 방한해 경제 전반을 점검한 후 내놓은 결과보고서를 통해서다. 협의단은 6일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노동ㆍ연금 개혁과 함께 “준칙에 기반한 재정제도 수립”을 당면 과제로 권고했다. 하지만 9월 정기국회 개막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협의 테이블조차 가동하지 않고 있다.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재정준칙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건 2020년 9월이다. 하지만 3년째 소관 상임위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재정준칙 법안 골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했을 때는 적자 기준이 2% 이내로 더 줄어든다. 정부ㆍ여당안이지만 야당 입장도 충분히 수렴된 것으로 평가된다.
때문에 여야 모두 법안 자체에 대해선 입장차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번번이 법안 처리가 무산된 건 공식 입장과 다른 정부ㆍ여당의 미온적 태도와 확장재정을 고집하는 야당의 사실상 반대 때문이다. 정부ㆍ여당으로선 건전재정을 추구하면서도 경제활성화 감세에 초점을 둔 세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내년에도 올해 대비 약 33조 원의 국세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상응해 국가부채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 당장은 재정준칙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재정준칙 법안을 사회적경제기본법과 연계 처리하자거나, 경기부양용 추경 편성을 주장함으로써 협의 여지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 처리도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안 그래도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에 이른 데다, 당분간 재정적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직은 괜찮다고 개혁을 미루다간 국가신용도가 급전직하할 위험도 적지 않다. 여야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