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분실한 뒤 같은 내용의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끼워넣은 전직 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7일 공문서·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전직 부산지검 검사 윤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가 고소장을 잃어버린 후 다른 고소장을 대신 끼워넣은 행위 등은 인정했으나,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윤씨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 재직 중 민원인의 고소장을 잃어버리자 과거 민원인이 제출했던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복사한 뒤 수사기록에 편철한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씨가 같은 시기 검찰수사관 명의로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편철한 혐의(공문서위조)도 적용했다. 검찰은 사안이 불거진 후 별다른 징계나 형사처벌 없이 2016년 윤씨의 사표를 수리했다.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던 2019년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며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윤씨는 결국 수사기록 '표지'를 위조해 행사한 혐의로 2020년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확정받았다. 임 부장검사는 2021년 7월 해당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공익신고했고, 기록을 송부받아 재수사에 나선 공수처는 표지를 제외한 나머지 문서 위조 혐의로 윤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윤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복사된 고소장은 (내용이 같아) 사본이라는 것 외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처음부터 위조의 고의를 가지고 직원에게 고소장 복사를 지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기록 위조 혐의에 대해서도 "보고서의 명의가 검사인 것과 수사관인 것이 별 차이가 없고, 자동 생성된 양식에 따라 관행상 이뤄진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판단"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수처는 "앞서 법원이 표지를 갈아끼운 행위에 유죄를 확정했음에도 편철된 다른 위조문서들에 대해서는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