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제도 개선안으로 제시한 '기금투자수익률 1% 상향'과 관련해 "전문위원회에서 우려가 나와 합의를 못 했는데도 개혁안으로 발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익률은 오르겠지만 손실 발생 시 그 규모가 너무 커 회복이 어렵다는 우려인데, 이에 대한 보완책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것이다. 반면 복지부는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반박해 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갈등이 기금운용체계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노동계·전문가·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이 6일 국회에서 주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평가 긴급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재정계산위 내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기발위) 민간위원인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는 토론회에서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에 합의가 안 돼 '기발위 차원의 공식 입장은 정리하지 않는다'로 의견이 모였는데, 공청회 보고서에 갑자기 포함돼 의아했다"고 밝혔다.
재정계산위는 지난 1일 보험료율 12~18%로 인상, 지급 개시 연령 66~68세로 연장, 기금투자수익률 1% 상향을 담은 연금 개혁안 초안을 발표했다. 이 조합으로 적립 기금 소진 시점을 2093년으로 늦출 수 있는데, 기금투자수익률 1%를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기준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20년 중장기 투자 방향을 정하고, 현재 45% 수준인 위험자산 투자 비율(안전자산 55%)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10년간 수익률 관련 통계를 분석하니 1%를 올리려면 안전자산에는 투자하지 않고 해외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100% 몰빵해야 한다"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니 수익률은 오르겠지만 이러면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손실이 3년 주기로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금 규모가 안정적일 때는 괜찮아도 기금 소진이 예상되는 2040년 이후에는 감당이 안 된다"며 "3년마다 큰 손실이 나는데 국민 입장에서 이걸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기준 포트폴리오의 위험성, 손실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우려에 기발위는 보고서에 합의안으로 담는 대신 참고 의견으로 기술하기로 했다. 그는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이고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연구자 개인 의견으로 담기로 했는데 공청회를 앞두고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합의가 돼 담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계산위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고, 위원회에는 기발위원장도 참여한다"고 말했다. 기발위원장인 박영석 서강대 교수도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은 위원들 간 합의가 된 상태고, 이에 대한 이견이 없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며 "세부적인 내용에는 일부 동의하지 않은 위원들이 있다는 의견도 담았다"고 말했다.
재정계산위 내 재정추계전문위원회 논의 역시 충분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정추계전문위는 기금 소진 시점 등을 추계하는 전문가 기구다.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과거에 비해 위원 숫자가 15명에서 11명으로 크게 줄었고, 국책연구기관이 발표하면 충분한 토론 없이 그저 '오케이'하고 끝내는 수준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