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작가·배우들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주요 영화 제작사 중 하나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가 올해 수익 전망을 낮춰 잡았다. 미국 작가 1만여 명이 소속된 작가조합은 5월 넷플릭스 등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업체들을 상대로 정당한 수익 배분과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제작자 권리 보호 등을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갔고 7월엔 배우·방송인 노동조합도 가세했다.
워너브러더스는 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올해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105~110억 달러로 예측했다.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밝혔던 것보다 최대 5억 달러(약 6,65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치를 수정한 것이다. 워너브러더스 측은 "두 조합이 여전히 파업 중이기 때문에 그 재정적 영향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이른바 할리우드 총파업의 여파임을 명확히 밝혔다.
파업이 벌써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워너브러더스의 이익 전망 하향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할리우드 곳곳에선 파업으로 인한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 '듄' 파트2의 북미 개봉을 11월에서 내년 3월로 미룬다고 최근 밝혔다. 영화 '글레디에이터2'와 '데드풀3',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시즌5' 등도 제작이 중단되거나 공개 일정을 연기했다.
작가와 배우 조합이 동반 파업에 나선 건 63년 만이다.토드 홈즈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두 조합의 파업으로 현재까지 캘리포니아가 입은 경제적 손실이 3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 파업 사례인 2007년 작가조합 파업 당시 데이터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엔 유명 영화·방송 제작사들이 몰려 있고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의 수입은 LA 전체 지역 소득의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워너브러더스가 소속된 영화·TV 제작자연맹과 두 조합은 지난달 파업 종료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으나 아직 진전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