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과 기업에 걷는 부담금이 내년에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하면서 24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전기료에 붙는 부담금이 요금 인상 여파로 1조 원 넘게 불어나는 영향이 크다.
6일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를 보면, 내년 부담금 총 징수액은 올해 계획 대비 12.7%(2조7,724억 원) 늘어난 24조6,157억 원이다. 기재부가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징수액 증가폭이 10%를 웃돈 적은 없었다. 경제 성장, 물가 상승을 반영해 서서히 늘어나는 부담금이 이렇게 뛰는 건 이례적이다.
정부는 특정 공익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있는 국민,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평일 오전 7시~오후 9시 남산 1·3호 터널을 운행하는 차량에 2,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내도록 하는 게 한 예다. 정부로선 부담금이 세수처럼 예산을 확보하는 '수입'이나, 국민·기업 등 부담자 입장에선 '비용'이다. 부담금을 '제2의 세금', '준조세'라고 부르는 이유다.
부담금을 크게 늘리는 주요인은 전기요금의 3.7%를 떼어가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다. 기재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 올해 2조1,149억 원에서 내년 3조2,028억 원으로 51.4%(1조879억 원) 뛴다고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전력공사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전기료를 고속 인상하면서 국민, 기업 등 전기 사용자가 내는 부담금도 대폭 커진다는 예측이다.
기재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부과금 징수액도 내년에 1조7,524억 원으로 2,192억 원 더 걷힌다고 예상했다. 이 부과금은 정유사 등이 원유·석유 제품을 수입할 때마다 국제유가와 무관하게 리터(L)당 16원을 부과하는 제도다. 석유 제품,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 증가를 감안해 부과금 전망을 높여 잡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담금은 경제 규모 확대에 따라 자연 증가하기도 하지만, 정책적 목적 또는 일시적 요인 등에 의해 변동하기도 한다"며 "내년 부담금 추계는 에너지 정책·수요 변화가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