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녕하세요. 2010년부터 13년째 특수동물(Exotic animal) 진료를 전문적으로 보고 있는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대표 원장 박천식 수의사입니다. 이번엔 도마뱀 사연이네요. 비어디 드래곤(Bearded dragon)은 턱에 턱수염 같은 가시가 있어 턱수염 도마뱀이라고도 합니다. 성격도 비교적 온순해 많은 분들이 기르고 있죠. 도마뱀 거식증은 꽤 흔하게 나타나는데요. 먼저 도바뱀의 기본적인 습성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파충류의 질환은 대부분 환경적인 문제로 발생합니다. 두 번째로는 공급해 주는 먹이 등 다른 것들이 문제가 되는데요. 그럼 도마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과 식이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올바른 사육 환경이란?
비어디 드래곤은 반 수목 환경(사육장에 나무를 반 정도 마련해 둔 상태)에서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사막 같은 환경부터 마른 수풀, 관목지(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에서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육장 안에는 조명을 설치해 따뜻한 구역(Hot zone)과 시원한 구역(Cool zone)을 만들어 주면 좋은데요. 이는 일광욕하는 습성 때문이에요. 시원한 곳은 27도, 일광욕하는 곳은 32~35도로 유지할 수 있도록 양쪽에 따로 온습도계를 두고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육장(집)의 바닥재(Bedding)는 모래, 신문지, 알팔파 펠렛(식물 알팔파를 건초로 만든 깔집) 등을 깔아 주면 좋습니다. 간혹 고양이 모래, 옥수수 속대(옥수수의 몸통 같은 길고 둥근 부분), 호두 껍질이나 톱밥을 깔아주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는 좋은 바닥재가 아닙니다. 이런 바닥재 위에서 먹이를 주면, 바닥재를 같이 먹게 되어 장폐색 등의 질환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또 바닥재를 사용하면 사육장의 수분을 다 흡수하기 때문에 습도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적절한 권장 습도는 50~60%입니다. 구덩이나 숨는 장소는 다른 곳보다 좀 더 습기가 있게 해주는 게 좋아요. 물기를 머금을 수 있는 편백 짚이나 나무 쉼터에 물을 적셔줄 수 있는데요. 여기에 하루에 한두 번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주면 더욱 촉촉한 환경을 만들 수 있죠.
올바른 식이 관리란?
새끼 비어디 드래곤은 잡식성입니다. 그러나 1~2년 정도 시간이 지나 성체가 되면 곤충을 주로 섭취하는 식이로 변하게 됩니다. 다 자란 성체 도마뱀은 24~48시간마다 먹이를 먹는 게 일반적입니다. 주로 귀뚜라미, 밀웜, 메뚜기 등의 곤충과 함께 로메인, 민들레, 튤립 잎, 머스타드 잎, 케일, 시금치 등의 초록 잎을 먹습니다. 하지만 독성이 있는 식이는 먹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반딧불의 경우도 독성이 있어 먹이면 안 됩니다. 야채도 다양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으며, 과일은 훈련용으로 가끔 줘도 괜찮습니다. 개나 고양이의 음식은 도마뱀에게 좋지 않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마뱀에게 거식증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거식증은 음식을 먹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만 이 증상의 원인이 너무 다양한데요. 대표적으로 부적절한 환경(온도, 습도), *탈피부전(정상적으로 탈피를 못 하는 경우), 눈병, 알막힘증(Egg binding·임신한 암컷이 산란하는데 알이 막혀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 간 질환, 신장 질환, 세균 감염(구강 및 위장관), 원충 및 기생충 감염 등이 있습니다. 거식증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원인을 알기 위해 동물병원에서 검진을 받아 보셔야 합니다.
* 탈피 : 파충류의 몸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껍질이나 가죽을 벗는 것.
그럼 간단히 거식증이 나타나는 질병 몇 가지를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내부 기생충(Endoparasites)
내부기생충은 도마뱀에게서 흔하게 나타납니다. 분변검사를 통해 기생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가장 흔한 내부기생충은 선충(Oxyruids), 콕시듐(Coccidia), 편모 원충(Flagellated protozoans)이 있습니다.
특히 선충은 대부분의 비어디 드래곤에서 발견됩니다. 존재 자체로 특별한 질병을 일으키진 않지만, 잘 없어지지도 않는 특징이 있죠. 콕시듐이 발견된다면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방치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편모 원충은 개체 수가 많을 경우 내장 기관의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꼭 치료해야 합니다. 수가 많지 않으면 질병이 나타나지 않아 정상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이런 내부 기생충은 완전히 박멸하기 어려우며 늘 주기적인 분변 검사로 모니터링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2. 위 장관 폐색(GI impaction)
도마뱀에게 변비나 배설강(배설기와 생식기를 겸하고 있는 구멍) 막힘은 자주 발견됩니다. 이는 만성 탈수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배설강이 막히는 경우 주로 요산염(소변 결정, Urate) 덩어리로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도 거식증이 나타날 수 있죠.
3. 영양 불균형(Nutritional disorder)
도마뱀에게 영양 불균형이 생기면 대부분 대사성 골질환(MBD·Metabolic Bone Disease)으로 이어집니다. 무른 뼈, 식욕부진, 변비, 골절, 척추 만곡(척추가 굽는 것)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인데요. 심하지 않다면 칼슘 보충제를 먹이거나 식이 관리를 통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부전 등이 생기거나,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죠.
4. 생식계 질환(Reproductive disorder)
난산이나 알막힘증(egg binding)은 도마뱀의 대표적인 생식계 질환입니다. 생식계 질환이 생기면 주로 식욕부진이나 복부 종대(복부에 세로로 생긴 줄)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요. 야윈 암컷에게서는 알이나 큰 난포(다수의 세포가 모여 이루어진 주머니 모양의 구조물)가 만져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난산은 도마뱀이 작거나 비정상인 골반뼈를 가진 경우, 칼슘 부족, 골반강보다 큰 알, 탈수, 산란할 둥지가 없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알막힘증(Egg binding)도 많이 연구되진 않았지만, 스트레스나 관리 부족, 감염 등에 의한 호르몬 변화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5. 눈 질환(eye problem)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거식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눈질환은 단순히 감염되어 눈병이 생긴 경우도 있지만, 호흡기 질환, 영양 불균형이 원인이 되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결막염(conjunctivitis)과 *안검경련(Blepharospasm)은 감염이나 이물질 등으로 인해 나타납니다.
*안검경련 : 눈을 비정상적으로 자주 깜빡거리거나, 눈꺼풀이 감겨서 눈을 뜨기 힘든 상태.
거식증이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 다섯 가지를 알아봤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거식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연 속 도마뱀은 10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수분은 공급되었기에 생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스스로 자기 몸에 있던 지방 등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견딜 수는 있었겠지만, 그에 따른 다른 질환들이 더 생길 수도 있습니다. 즉 지방간, 간질환에 의한 복수, 신장 질환, 탈수 등이 생기게 되면 몸의 상태가 더 나빠져서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식증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먼저 거식증이 생겼다면 초기에는 환경(온도, 습도, 소음 등)을 잘 맞춰줘야 합니다. 올바른 먹이를 급여하는 게 중요하며, 그래도 호전이 안 되면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 보길 추천합니다. 스스로 먹지 않을 때는 먹이를 죽처럼 만들어서 강제 급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만 어떤 질환이냐에 따라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충류 거식증은 일반적으로 탈피 전후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탈피 기간이 아닌데도 10일 이상 지속되는 거식증이 나타난다면 질병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더 악화되기 전에 동물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보길 바랍니다. 그럼 사연 속 도마뱀이 건강한 삶을 되찾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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