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출국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8일 인도 뉴델리로 가 주요 20개국(G20) 정상들과 머리를 맞댄다. 윤 대통령은 다자 회의와 양자 회담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에 경제사절단은 함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10개 아세안 회원국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다. 2차전지 배터리를 만들 때 핵심인 니켈 등 전략 광물도 풍부해 협력이 꼭 필요한 국가다. 세계 1위 인구 대국 인도는 35세 이하가 65%에 달해 역동성과 잠재력이 높은 나라다. 최근엔 인류 최초로 달 남극 안착에 성공,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성장률은 이미 중국을 추월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의 방점을 수출 시장 확대와 경제 협력 강화에 둬야 하는 이유다.
한때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를 넘었다. 그러나 이미 대중 수출은 감소세가 뚜렷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을 대신해 동남아와 인도 시장을 확대하는 건 11개월째 뒷걸음친 수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급선무다.
물론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스스로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것만큼 중국과 소통을 늘려 국익을 극대화하는 게 상책이다. 최근 중일 관계가 험악한 가운데도 일본 재계 대표단이 대규모 방중을 추진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까닭이다. 더구나 우린 북한을 움직일 지렛대로 중국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처지다. 윤 대통령도 4일 외신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마땅히 건설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게 하려면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 적어도 불필요한 오해는 줄이는 게 필요하다. 이번 다자회의 중 중국과 다양한 접촉면을 늘리는 노력도 기울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