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질병에 빠져나가는 건보재정 연 5조 원…"해악 알려야"

입력
2023.09.04 15:58
흡연·음주 질병에 5년간 25조6,380억 원 지출

술과 담배로 인한 질병에 5년간 25조 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이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흡연과 음주로 인한 질병에 지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강보험 진료비는 총 31조3,574억 원이다. 여기서 환자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지출액은 25조6,380억 원이다.

이는 건강검진 수검자들이 제출한 흡연·음주 정보와 흡연·음주와의 인과성이 확인된 질병군을 건보공단이 비교·분석한 결과다. 흡연은 식도암 위암 폐암 등 각종 암과 당뇨 고혈압 천식 등 총 45개 질병군, 음주는 유방암 등 각종 암과 우울증 뇌졸중 간경화 등 37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했다.

흡연·음주로 인한 연간 건강보험 지출액은 2018년 4조5,342억 원에서 2019년 5조2,276억 원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4조9,252억 원으로 조금 줄었다.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돼 2021년 5조3,923억 원, 지난해 5조5,588억 원으로 불어났다. 2018년과 비교하면 4년 새 18.4% 늘었다.

이 기간 흡연·음주로 인한 연령대별 건강보험 지출액 증가율은 흡연의 경우 10대 이하가 188.9%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60대(40.2%)였다. 음주는 20대(64.3%)와 80대(40.8%)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흡연·음주로 인한 건보 지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건보재정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예상 수입액의 6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보에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매년 지원액보다 지출이 더 많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조3,02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술은 건강증진부담금이 적용되지 않아 지원액이 전혀 없다.

흡연과 음주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가 심각한 만큼 정부가 술과 담배의 해악을 명확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영 의원은 "비흡연자·비음주자에게는 불공평하게 과도한 흡연과 음주로 인해 건보료가 인상될 수 있다"며 "술·담배의 해악을 분석해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한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