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올 테면 따라와~" 큰 화면 앞세운 中 TV 향한 삼성·LG의 자신감

입력
2023.09.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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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3 나온 중국 가전사, 초대형 라인업 대거 공개
TCL의 115인치 미니LED TV 이목 끌기도
삼성·LG "화질 노하우 아직 격차 있다"


지난해 드물었던 98인치·114인치·115인치, 이런 초대형 LCD TV가 굉장히 많아졌다.
백선필 LG전자 HE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 상무


백선필 LG전자 TV 상품기획담당 상무는 3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3' 전시장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현장을 살핀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하이센스·TCL 등 중국 가전사의 액정표시장치(LCD) TV가 패널 크기를 늘리면서 삼성전자·LG전자의 독무대였던 초대형 TV까지 넘보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IFA 2023에 전시된 수많은 TV 중 가장 큰 화젯거리는 중국 가전사 TCL의 115인치 퀀텀닷(QD)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였다. TCL의 디스플레이 계열사 차이나스타(CSOT)가 자사의 기술 수준을 자랑하기 위해 공개한 제품으로 TCL은 "세계 최대의 QD-미니 LED TV"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 TCL과 하이센스는 초대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98인치 수준에서 미니 LED 패널이 적용된 다양한 TV 제품을 선보였다. 미니 LED는 LCD를 발전시켜 명암 표현 등 약점을 보완한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네오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도 미니 LED에 해당한다. 기술 전문 매체 테크레이더는 TCL의 미니 LED TV 라인업을 두고 "삼성을 걱정하게 만드는 제품들이 여럿 나왔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초대형 TV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통했지만 LCD 디스플레이 제조사를 거느린 중국 기업은 수직 계열화의 이점을 누리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TV를 공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TV 시장 수량 점유율에서 TCL은 12.4%, 하이센스는 11.7%로 2, 3위를 차지해 LG전자(11.3%)를 제치고 삼성전자(19.3%)에 따라붙었다. 아직까지 두 기업의 물량은 중국 내수 위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자국 시장을 테스트 장소로 삼아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은 프로젝터, LG는 무선 TV·가방 속 TV 소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초대형·프리미엄 시장의 우위가 사라지지 않았기에 여전히 이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화질 기술 면에서는 여전히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크다고 보고 있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삼성전자의 화질 노하우는 같은 미니 LED를 쓰더라도 더 깨끗하고 선명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선필 LG전자 상무도 "중국의 60인치대 LCD 제품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하이엔드(고급) LCD 제품의 화질 경쟁력은 격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해선 "사실상 중국의 생산 능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우리를) 쫓아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별화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TV와 다른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것도 해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프로젝터 형태의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2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1세대 모델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똑같은 제품 두 대를 붙이면 21대 9 비율 대형 스크린도 구현할 수 있다.

LG전자는 무선 초대형 OLED TV '시그니처 OLED M'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린 가방 속 TV 형태의 포터블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를 유럽에 처음 소개했다. 백 상무는 "중국 기업들이 LCD 패널을 이용해 걸어오는 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제품 자체에서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