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이 워크아웃(채무조정)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을 앞두고, 연장 법안을 논의해야 하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두 달 만에 재개된다. 그러나 산적한 과제가 많은 데다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여야 대치가 이뤄지면서, 이미 수차례 소멸과 재입법을 반복했던 기촉법의 운명은 또다시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4일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7월 초 민주유공자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파행을 겪은 지 두 달 만이다. 정부는 특히 이번 회의에서 '워크아웃법'이라고도 불리는 기촉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를 바라고 있다. 오는 10월 15일 일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촉법은 채권금융기관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유예와 탕감, 자금투입 등 기업을 지원해 주는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기업을 회생시키는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외환위기로 부실 기업이 크게 늘어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01년 5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는데, 22년간 연장과 재입법을 반복하면서 효력기간 만료로 실효된 적만 4번에 달한다. 매번 관치금융·위헌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야가 원만하게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관별 이해관계도 갈린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국회 정무위에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단의 재산권 행사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촉법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전달했다.
야당은 무조건 연장보다는 공청회 등을 통해 제도 지속 여부를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에서는 워크아웃 제도의 성과를 강조하며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기촉법 기한 추가 연장을 넘어 아예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의 재개정을 거치면서 위헌 소지가 해소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무위에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기촉법 개정안 2건이 계류된 상태다.
문제는 이번 정무위에서 기촉법 일몰 연장 법안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해 결산에 대한 늑장 심사와 최근 불거진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국회 안팎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다섯 번째 소멸' 가능성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이와중에 기업 부실 징후는 심상치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도 갚기 힘든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된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17.5%에 달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정기 신용평가 결과, 부실 징후를 보이는 중소기업은 2021년 157곳에서 지난해 183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기촉법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부실기업 지원 수단은 법정관리밖에 남지 않는다. 금융위는 회생절차보다 워크아웃이 부실기업을 정상화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유리해 기촉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