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박 대령은 경기 이천시 국군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군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박 대령의 영장실질심사는 3시간가량 지연돼 오후 1시쯤부터 시작됐다. 박 대령 측은 외부에서 군사법원으로 바로 통하는 출입문을 이용하겠다고 했지만, 군사법원은 국방부 위병소를 거쳐 영내를 통해 군사법원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면서 2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군사법원이 구인영장을 집행하면서 대치가 끝났다. 이 과정에서 박범계 의원 등 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국방부 검찰단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박 대령 동기들은 해병대 군가인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며 응원했다. 김태성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장은 "오늘은 우리의 전우 박 대령이 동기 없이, 전우 없이 혼자 시궁창에 들어가는 날"이라며 '필승'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로 박 대령을 배웅했다. 이들은 해병대 예비역 장병들과 시민 등 총 1만7,139명의 서명이 담긴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를 박 대령 측에 전달했다.
군검찰이 박 대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이다. 상관 명예훼손은 군검찰이 지난달 30일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추가됐다. 군검찰은 "피의자(박 대령)는 공연히 거짓 사실을 적시해 상관인 피해자(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박 대령은 최근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영장청구도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심사 결과에 따라야 한다"며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더라도) 수사를 멈추라는 의견이 다수였던 만큼 영장 청구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차피 기소 여부에 대해서는 수심위를 한 번 더 거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박 대령은 지난 7월 호우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한 해병대원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항명)로 입건됐다. 하지만 박 대령이 군검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국방부는 수심위를 열었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군검찰은 바로 수사를 재개했고, 박 대령 측은 수심위 재소집 요구로 맞섰다. 이후 군검찰에 출석한 박 대령은 진술을 거부한 채 서면 진술서만 제출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수사 외압이 시작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군검찰은 지난달 3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잇따른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 발표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