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혐의 해병대 전 수사단장 구속 기로... 군검찰 "거짓 적시해 명예 훼손"

입력
2023.09.01 18:00
용산 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 이동 동선 이견 2시간 대치
박정훈 대령, 구인영장 집행하고 나서야 법정에 출석
동기생들 '팔각모 사나이' 부르고 거수경례로 배웅
군검찰 "거짓 사실 적시"… 상관 명예훼손 혐의 추가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박 대령은 경기 이천시 국군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군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박 대령의 영장실질심사는 3시간가량 지연돼 오후 1시쯤부터 시작됐다. 박 대령 측은 외부에서 군사법원으로 바로 통하는 출입문을 이용하겠다고 했지만, 군사법원은 국방부 위병소를 거쳐 영내를 통해 군사법원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면서 2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군사법원이 구인영장을 집행하면서 대치가 끝났다. 이 과정에서 박범계 의원 등 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국방부 검찰단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박 대령 동기들은 해병대 군가인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며 응원했다. 김태성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장은 "오늘은 우리의 전우 박 대령이 동기 없이, 전우 없이 혼자 시궁창에 들어가는 날"이라며 '필승'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로 박 대령을 배웅했다. 이들은 해병대 예비역 장병들과 시민 등 총 1만7,139명의 서명이 담긴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를 박 대령 측에 전달했다.

군검찰이 박 대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이다. 상관 명예훼손은 군검찰이 지난달 30일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추가됐다. 군검찰은 "피의자(박 대령)는 공연히 거짓 사실을 적시해 상관인 피해자(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박 대령은 최근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영장청구도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심사 결과에 따라야 한다"며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더라도) 수사를 멈추라는 의견이 다수였던 만큼 영장 청구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차피 기소 여부에 대해서는 수심위를 한 번 더 거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박 대령은 지난 7월 호우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한 해병대원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항명)로 입건됐다. 하지만 박 대령이 군검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국방부는 수심위를 열었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군검찰은 바로 수사를 재개했고, 박 대령 측은 수심위 재소집 요구로 맞섰다. 이후 군검찰에 출석한 박 대령은 진술을 거부한 채 서면 진술서만 제출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수사 외압이 시작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군검찰은 지난달 3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잇따른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 발표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