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가 시작된 1일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관심은 의사당이 아닌 장외에 쏠렸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데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단식 투쟁장에서 열었다. 또한 지지자들을 동원한 촛불집회로 정부 규탄 수위를 높였다. 이 대표는 검찰이 4일로 제시한 출석 기일을 놓고 막판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어제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와 꼭 이렇게 (단식)해야 하느냐는 말이 많았다"며 "제 대답은 그렇다. 이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라는 표현을 '처리수'로 바꾸려 하는 것에 대해 "창씨개명이 딱 떠오른다"며 "창씨하고 개명하면 본질이 바뀝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기왕 창씨개명을 할 거면 '처리수'가 아니라 '청정수'라 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고 비아냥 섞인 어조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세부내역을 조목조목 비판한 뒤 정부를 향해 "예산 편성부터, 국정 기조부터 대폭 전환하길 촉구한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이 대표 단식투쟁 현장에서 이날부터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방침이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 당원들이 이 대표가 주장하는 국민항쟁에 한뜻이라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과 이 대표 소환조사 출석 일정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최고위가 끝나자 "이 대표가 검찰이 고집하는 4일 출석하겠다"며 "4일 오전 1차로 조사를 실시하고, 다음 주 중 검찰과 협의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일 오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국제공동회의 일정이 예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수원지검은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4일 출석을 통보했지만, 이 대표 측은 본회의가 없는 11~15일에 출석하겠다고 맞서왔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 없다"며 4일 오전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이 진실을 밝히는 건 관심이 없고 오직 정치수사로 이 대표와 민주당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예정대로 이 대표가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에 관한 형사사법 절차에 응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이 대표 측은 "검찰이 4일 출석을 거부했다"며 사실상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어수선한 가운데 여야는 정기국회 세부일정에 합의했다. 12월 9일까지 100일간 열리는 정기국회 기간 중 대정부질문은 이달 5~8일 진행된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18, 19일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나선다.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는 10월 10~27일, 내년도 예산안 관련 정부 시정연설은 10월 31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