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사시 남한을 점령해 한반도를 무력 통일하겠다는 작전 계획을 세우고 '전군지휘훈련'까지 실시했다. 어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군 총참모부에서 훈련상황을 보고받고 작전 초기 적군의 전쟁 지휘 구심점을 타격하고 지휘통신수단들을 마비시킬 것을 주문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남한 지휘 거점과 주요 시설 등을 전술핵이나 핵전자기파(EMP)로 공격하겠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북한은 그제 밤늦게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비행 거리 360㎞는 우리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거리와 일치한다. 북한은 훈련의 목표가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행보는 지난달 21~31일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 훈련에 대한 의례적 반발로 치부할 수도 있다. 미국의 전략 자산이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가 서해 상공에 전개된 날인 만큼 북한도 나름의 대응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형태의 훈련을 공개한 건 처음이다. 특히 한반도 전체를 차지하겠다는 위협을 노골적으로 내세운 건 이례적이다. 그동안 핵·미사일 개발은 방어를 위한 목적이고 같은 민족을 겨냥한 게 아니라던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
정전 70주년에 북한이 남한 점령 계획까지 공개한 만큼 우리 군도 상응하는 대비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잇따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하고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을 살려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다만 동맹이 아무리 굳건해도 자국 이익보다 다른 나라의 안전을 더 우선시하는 경우는 없는 게 외교 현실이다. 당장 서울 상공에서 전술핵이 터지면 그 피해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한편으론 북한과 대화의 문을 닫지 않으면서 한편으론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국민의 생명과 영토의 보전을 담보할 수 있는 근본책을 함께 고민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