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형을 받아야 합니다. 제게 사형을 내려주세요."
이달 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법정. 선고 전 마지막 공판인 결심에서, 피고인 김모(33)씨가 최후진술을 위해 일어섰다. 그는 진술 내내 울먹이며 "사형을 내려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제) 가족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나라의 세금으로 생활하는 것이 맞을까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이 남성은 교제 폭력(데이트 폭력) 신고에 앙심을 품고 과거에 사귀던 여성을 보복살인한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올해 5월 서울 금천구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과거 연인이었던 피해자에게 수 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시점은 피해자에게 저지른 폭력행위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지 1시간 만이었다.
이렇게 사형을 구걸했던 김씨는 결국 31일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정도성)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사체은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김씨의 범행 수법이 잔혹했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재판부는 "계획 살인을 저지르고 범행이 잔혹하다는 점에서 죄의 책임이 크다"며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 높은 재범 가능성을 고려하면 김씨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도 분명히 했다. "김씨가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 했지만, 사형은 극히 예외적 형벌로서 특별한 경우에만 인정돼야 한다"며 "사형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라고 보기 어려워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