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한 영토 점령"... 계룡대 겨냥한 전술핵타격훈련

입력
2023.08.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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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참모부 훈련지휘소 방문해 작전계획 구체적 검토
"군사지휘거점 등 동시다발적 초강도 타격" 주문
한미 공군 실사격 훈련 실시 "유도 폭탄으로 장사정포 무력화"

북한이 육해공군 본부가 위치한 계룡대 타격을 염두에 둔 '전술핵타격훈련'을 벌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반부 영토 점령"을 강조하며 위협수위를 끌어올렸다. 미국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로 날아온 것에 맞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군사깡패'라고 적개심을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31일 이틀 전 김 위원장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 방문 소식을 전했다. 이곳에서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에 맞서 실시 중인 전군지휘훈련을 시찰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쟁 발생 시) 무력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으로 이행하여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하는 데 목표를 둔 작전계획 전투문건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해외무력개입 파탄계획'도 포함됐다. 18일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한층 강화된 한미일 안보공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작전 초기 전략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작전 초기 적의 전쟁 잠재력과 적군의 전쟁 지휘구심점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지휘통신수단을 맹목시켜(눈멀게 해) 적의 전쟁수행의지와 능력을 마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군사지휘거점과 군항, 작전비행장 등 중요 군사대상물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초강도 타격을 가해 전략적 주도권을 확고히 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은 전날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쐈다. 그러면서 B-1B가 포함된 한미 공군의 공격편대훈련을 비난하며 "우리에 대한 핵선제타격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전술핵타격훈련을 실시했는데, NHK 보도에 따르면 탄도미사일 2발은 각각 350㎞와 400㎞를 날아갔다. 발사 장소인 북한 순양은 계룡대에서 350㎞ 떨어져 있다. 북한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놓고 북한이 한미 양국의 훈련을 핵공격으로 몰아세우며 전자기펄스(EMP)탄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지휘통신수단들을 눈멀게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핵EMP탄을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우리의 수소탄은 광대한 지역에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부"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 같은 대응은 상당한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작전계획을 상세히 드러낸 것은 안보협력이 강화된 한미일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김정은이 직접 나서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공군은 이날 UFS연습의 일환으로 공대공·공대지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공군은 "적이 발사한 저고도 순항미사일을 요격한 후 적 방공체계를 뚫고 적의 주요표적을 정밀타격하는 모의상황을 가정해 실사격 및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훈련에는 우리 공군의 F-35A·F-15K·KF-16 전투기가 출격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폭탄을 투하했다. 공군은 "특히 적이 장사정포를 이용해 국지도발을 자행한 경우를 가정해 FA-50이 '한국형 GPS 유도폭탄'의 유도 기능으로 포가 숨어있는 터널, 갱도 입구 등을 선회 공격해 무력화했다"고 설명했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