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지며 중국 부동산 위기론을 가중시킨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올해 상반기에만 9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비구이위안은 재무 상황 악화가 계속될 경우, 디폴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기까지 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올해 상반기 489억 위안(67억 달러·8조8,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은 '67억 위안(약 1조2,000억 원) 손실'이었다. 6개월 만에 적자 폭이 7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불만족스러운 실적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재무 실적이 계속 악화할 경우, 디폴트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판매 부진과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회사의 유동성이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부동산 침체의 깊이와 지속 기간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비구이위안이 내년 초까지 갚아야 할 채무는 157억 위안(약 2조8,000억 원)이다. 다음 달 2일 만기가 돌아오는 39억 위안(약 7,100억 원)짜리 채권에 대해선 '40일 상환 연장'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달 초 지불에 실패하며 디폴트 위기를 촉발한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2,250만 달러) 유예 기간 만료 시점은 내달 초로 다가온 상태다.
비구이위안은 자산관리 자회사인 비구이위안홀딩스가 대출금 상환을 위해 2억7,000만 홍콩달러(약 450억 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연이은 채무 압박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비구이위안의 중국 내 건설 프로젝트 규모는 2021년 디폴트를 선언한 헝다그룹의 4배에 달한다. 비구이위안이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중국 부동산 업체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