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괴담 치악산 개봉 안돼"… 급기야 상경시위까지

입력
2023.08.31 14:41
사회단체 시사회 열린 극장서 원정 시위
제작사·시 협상 결렬 뒤 개봉반대 잇따라
"다음달 개봉" vs "법적대응" 갈등 커져

토막살인 괴담을 다룬 영화 '치악산'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원 원주지역 사회단체가 31일 상경시위에 나섰다.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는 이날 제작사의 언론시사회가 열린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치악산 개봉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영화는 40년 전 치악산에서 발견된 토막 난 시신과 괴담을 다룬 호러물이다. 제작사는 해당 사건은 실제 일어나지 않은 허구적 설정이라는 문구를 넣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예정대로라면 치악산은 추석대목을 앞둔 다음달 13일부터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관객을 맞는다.

원주시와 제작사는 시사회를 앞두고 두 차례 협의를 벌였으나, 제목 수정과 일부 대사 묵음처리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 28일부터 치악산 국립공원 내 사찰인 신흥사 신도 등 불교계와 원주지역 농업인, 경제단체가 차례로 개봉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사회단체마저 상경집회에 나설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김정주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장은 "치악산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지역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시민과 치악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영농인, 매년 국립공원을 찾는 수십 만 관광객이 유무형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원주시민을 대표해 개봉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원주시도 제작사가 개봉을 강행한다면 상영금지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청구 등 법으로 맞설 방침이다. 최근 영화제작사와 원주 지역사회의 갈등을 두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과 있지도 않은 사건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게 할 표현의 자유는 제한하는 게 합당하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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