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대응하기 위해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정부가 그 후폭풍을 혈세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예산으로 7,380억 원을 편성했다. 해양수산부(7,319억 원)와 원자력안전위원회(45억 원), 식품의약품안전처(16억 원)의 관련 예산을 합한 규모로, 올해(5,281억 원)보다 39.7% 증액됐다. 해당 예산은 국내 연안의 해양 방사능 조사 등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직접’ 예산만 추린 수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비용과 관련 간접비를 더하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예산은 1조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식약처 예산에는 방사성 오염수 검사장비 구축에 쓰일 직접 예산 16억 원만 계상됐지만, 방사성 검사 대상인 수산물 시료 채취‧인건비 명목으로도 18억 원이 별도 책정돼 있다. 원안위 관련 예산 45억 원도 해수 분석 강화 예산일 뿐이며, 방사성 오염수 장기 모니터링에 필요한 원자력 핵종 분석 개발 R&D 등에 29억8,000만 원이 따로 편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일본 오염수 관련한 우리 예산이 내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일본에서' 오염수가 방류되는 기간만 약 30년인 데다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예산은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해양 방사능 검사 예산은 576억 원으로 올해(285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듯, 해마다 어느 정도의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지도 불명확한 상태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이 폐로될 때까지 오염수와 관련해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았으면 쓰지 않아도 될 세금”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7,000억~1조 원은 웬만한 지자체 예산보다도 크다”며 “혈세로 이를 모두 부담하는 건 정당하지 않고, 폐로할 때까지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는 게 적절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수천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도 문제다. 해수부가 수산물 비축 목적으로 편성한 2,075억 원 규모(올해는 1,750억 원) 예산이 대표적이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 정부가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가격 하락폭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인데,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수산물 비축사업이 산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불명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