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학살 100년, 日정부 인정하고 진상규명 나서야

입력
2023.08.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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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일본 간토(關東) 대지진 100년을 맞는 날이다. 우리로선 조선인 대학살이 시작된 잊지 못할 날이다. 1923년 9월 1일 간토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 직후 참혹한 ‘조선인 집단사냥’이 벌어졌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사죄는커녕 진상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지진으로 민심 불안이 심각해지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과 사회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가 퍼졌고 자경단이 출현해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식민지 피지배 민족이 사회혼란을 틈타 소요를 계획한다는 가설을 꾸며놓고, 자경단의 만행을 일본 군·경이 방조하고 참여한 흔적과 증언이 이어졌다.

일본어를 시켜보고 발음이 서툴면 바로 죽이는가 하면, 시신을 강에 던지고, 두 살 난 아기도 학살했다. 죽창을 든 자경단의 감시 아래 시신들이 쌓여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사진자료도 많다. 유대인 학살에 뒤지지 않는 반인륜적 범죄다. 그나마 일본 시민사회에선 진상규명 노력과 추모행렬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상해임시정부 기관지인 독립신문이 현지 동포사회를 조사해 발표한 희생자 숫자는 6,661명이었다. 반면 1924년 독일 외무부 자료는 2만3,000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1952년 12월 이승만 정부에서 이름·본적·경위가 확인된 피살자는 290명이었다.

일본 역사와 국회 발언 등에 엄연히 기록된 학살을 부정하는 건 현대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올해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일본 초등학교 3~6학년 교과서에는 간토 조선인 학살 기술이 삭제됐다. 과거사는 부인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진상규명에 나서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

강제징용 해법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모두 일본 정부 의도대로 됐다.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일방적일 수는 없다. 한일 우호 비대칭으로는 양국 관계가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기 힘들다. 정부는 달라진 국격에 맞게 이 사건의 규명을 일본에 요구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국 땅에서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들을 볼 낯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