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 심해 수술 하루 만에 퇴원.. '방광결석 재발'만은 막아야죠

입력
2023.08.29 09:00
'반려 고수'를 찾아서

방광결석이 있다는 걸 검진을 통해 알게 됐어요.
그런데 특별히 아프거나, 불편해하지 않아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었죠.

지난 4월, 서울 성산동 우리동생동물병원에서 방광결석 제거 수술을 받은 반려견 ‘도란이’(11)의 보호자 김가란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란이를 살펴봤던 우리동생 김재윤 원장 역시 “처음 결석을 발견했을 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아서 당장 수술 결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원장은 “보통 임상증상이 보이지 않으면 당장 수술을 하기보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면서 적절한 시점을 잡아 수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란이의 방광에 결석이 발견된 시점은 지난해 7월이었습니다. 건강검진 과정에서 발견된 결석은 칼슘 옥살레이트 결석이었습니다. 체내 칼슘이 산성으로 변한 소변과 만나서 생기는 결석입니다. 김 원장은 “본래 소변은 수소이온 농도지수(pH)가 중성에 가까워야 한다”면서 “신장 기능이 떨어졌거나,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소변 pH가 변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pH가 변하면서 원래 체내에 있던 칼슘 등 물질들이 물에 녹아야 하지만, 녹지 않고 소변 내 성분들과 결합하면서 돌처럼 단단한 결정체, 즉 결석이 생깁니다.

결석이 발생하면 반려견에게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결석이 방광이나 요도를 막아 소변이 잘 나오지 않기도 하고, 혈액이 소변에 섞이는 증상도 있죠. 김 원장은 “결석이 방광 벽을 긁거나 요도를 긁으면서 상처가 생기고 이로 인해 혈액이 소변에 섞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혈뇨와 유사한 증상은 도란이에게도 나타났습니다. 지난 4월 어느 날, 가란 씨는 실외 배변을 하는 도란이를 위해 산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소변을 본 뒤 도란이의 생식기 끝에 묻은 소변을 닦아주던 가란 씨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결석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에는 도란이의 소변을 닦으면서 좀 유심히 보게 됐거든요. 그런데 소변이 다소 붉게 보였어요. 새빨간 정도는 아니고, 분홍빛이 도는 느낌?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더는 도란이 몸에 있는 결석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가란 씨는 도란이의 수술을 맡기기 위해 우리동생을 찾았습니다.

경계심이 강한 반려견, 그래도 '내 동생'이니까..

가란 씨가 도란이를 만난 건, 도란이가 1세가 넘길 무렵인 지난 2013년이었습니다. 이전부터 반려생활을 꿈꾸던 가란 씨는 인터넷을 통해 ‘이 강아지 키워주실 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발견했습니다. 게시글에 담겨 있는 사진을 보고 깊은 고민을 끝에 가란 씨는 게시글 작성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당시 부산에 거주하던 가란 씨는 작성자가 거주하는 대구까지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파양이었지만, 뭔가 피치 못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가란 씨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가란 씨를 만나러 온 글 작성자는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강아지를 떠넘겼습니다. 그는 강아지의 이름이라도 물어보려고 했던 가란 씨를 뒤로하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뒤로, 그 사람은 강아지의 안부조차 묻지 않았어요. 어쩌면 동물에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아이가 더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이 아이를 제 동생처럼 여기기로 하고 돌림자를 써서 ‘도란’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앞으로 행복하게 도란도란 살자는 의미도 담았고요.

물론 마음만으로 도란도란한 반려생활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도란이는 낯선 존재를 크게 경계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강아지를 만나면 크게 짖어대는 통에 가란 씨를 난처하게 하기 일쑤였죠. 특히 동물병원에서 가란이의 경계심은 극에 달합니다. 김 원장과 우리동생 동물병원 보건사 선생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예민해진다고 하네요.

강아지 시절 안 좋았던 기억이 있었는지, 아니면 도저히 낯선 이와 가까이할 수 없는 성격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보호자 가란 씨도 우리동생 보호자 모임에 참석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서 공격성까지는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지만, 여전히 도란이의 내성적인 성격을 바꿀 순 없었죠. 반려생활 10년차지만, 여전히 매우 어려운 난이도를 매일 절감하는 가란 씨. 그럼에도 그는 한 번도 포기할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고 합니다. 이름 한 글자를 같이 쓰며 동생으로 여기는 ‘가족’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생활습관만 잘 지키면 괜찮다지만.. “그게 어려워요”

도란이가 받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방광결석이 흔한 질병이다 보니, 수술 자체가 어렵진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술이 끝난 뒤 나타났습니다. 도란이의 예민한 성격이었습니다. 보통 방광결석 제거 수술 뒤에는 예후를 살펴보는 차원에서 수액 처치를 하면서 사흘은 입원합니다. 그러나 도란이는 하루 만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김 원장은 “고양이들도 수술 이후 갇혀 있는 게 스트레스라 진통제나 안정제를 투여하기보다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게 더 좋을 수 있어 이런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며 조기 퇴원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동물의 삶의 질을 고려했을 때 생사가 오가는 처치가 아니라면 집에서 요양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도란이는 수술 이후 부작용 없이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지난 6월 검사를 받을 때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6개월에 한 번씩 방광 초음파와 신장 기능 검사를 하면서 관리만 해도 충분하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입니다. 그만큼 방광결석은 처방식 사료를 급여하고 제때 물만 마시면 될 만큼 사후 관리가 간단한 편이죠.

그러나, 간단한 사후관리법을 잘 지키는 게 의외로 쉽지 않다고 합니다. 방광을 비롯한 요로계 결석 재발 확률은 꽤 높은 편입니다. 재발 원인은 결국 보호자에게 있다고 합니다. 간식을 달라는 강아지들의 애교를 이기지 못하고 한두 번 간식을 주는 행동이나, 강아지들이 보호자 몰래 먹을 것을 훔쳐먹는 일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례들 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동생 의료진은 도란이 보호자의 인내심과 꾸준함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가란 씨는 실외 배변을 하는 도란이를 위해 하루 세 번씩 하는 산책을 거르지 않았습니다. 원래도 임상증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던 만큼, 원칙에 따라 꾸준한 관리만 동반된다면 도란이의 건강은 유지될 것 같습니다.

첫 반려견과 함께 10년을 함께 살아온 가란 씨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도란이와 보내는 시간을 더 늘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집에서 키웠던 강아지가 사고로 죽는 일이 있었고, 집을 나가는 경우도 목격했어요. 그런데 수명이 다해서 이별하는 건 한 번도 못 해봤어요. 그래서 건강하게 살다가 마지막을 함께 하는 모습을 늘 상상하고 있어요.

그런데, 도란이가 지금보다 더 늙어서 요양이 필요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휴직을 해야 하나.. 아무리 반려문화가 좋아졌다지만 회사에서 받아줄까.. 걱정만 앞서고 있어요. 그래도 지금부터 고민해두면 언젠가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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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