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전 본선 대진표에 바둑 팬이라면 누구나 반길 만한 친숙한 이름이 보인다. 바로 ‘신산’ 이창호 9단이다. 이창호는 예선전에서 김민호 5단을 비롯한 신예 기사들에게 4연승을 거두며 자력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어느덧 마흔여덟의 나이가 된 이창호지만 바둑판 앞에서는 여전히 태산같이 느껴지는 존재다. 거의 매 판 먼저 초읽기에 몰릴 정도로 바둑에 몰입하는 자세는 후배 기사들에게 존경심을 넘어 경외감을 갖게 한다. 이창호는 명인전만 총 13번을 우승하며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예선전보다 넉넉한 제한 시간을 둔 본선에서 이창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모든 바둑 팬이 주목하고 있다.
백3은 김진휘 6단의 초읽기 연장책이지만 굉장히 까다로운 한 수. 9도 흑1처럼 잘못 받았다가는 이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백4의 끊음을 통해 백6, 8로 두어간다면 백10까지 A와 B의 맞보기로 순식간에 흑이 곤란해진다. 실전에 나현 9단이 흑4로 정확하게 대응했으나 이어진 백7, 9의 추궁에 흑8, 10으로의 후퇴는 불가피하다. 모두 백3의 응수타진의 위력이다. 하지만 결국 부족한 제한 시간이 김진휘의 발목을 잡는다. 바로 백11, 13의 수순. 우변 백 대마를 보강하기 위한 교환이었으나 손해가 너무 컸다. 가만히 10도 백1로 달릴 장면이었다. 실전 백19까지 교환을 마친 김진휘는 백21을 선택했는데, 이것이 마지막 패착. 10도 백1의 날 일자가 여전히 가장 큰 자리였다. 흑2, 4로 좌변 넉 점을 연결하는 동안 백11까지 끝내기를 진행했다면 불리하나마 추격 가능한 형세였다.
정두호 프로 4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