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대회 최다 우승팀이자 전통의 명문인 경북고와 프로선수 최다 배출팀인 호남의 명가 광주제일고가 제5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맞대결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골랐다.
28일 일정이 우천으로 하루 순연된 가운데 두 팀은 공교롭게 모두 성남고 야구장 실내 연습장을 찾아 자체 연습을 가졌다.
경북고와 광주제일고는 올해 공식 경기에서 한 차례도 맞붙지 않았다. 어쩌면 서로 만나고 싶지 않았을 두 팀이 결국 2023년 마지막 전국대회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격돌하게 됐다.
경북고는 앞서 1회전에서 서울고를 3-0으로, 광주제일고는 2회전에서 휘문고를 2-0으로 각각 물리쳤다. 두 팀 감독은 모두 “대회 초반 서울의 강호들을 만나 쉽지 않은 경기를 펼치며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32강전 상대를 보고는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은 “주변에서 영·호남 빅매치가 대회 중반에 펼쳐지는 것에 또 다른 기대가 된다고 말하는데 감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올해 우리 학교 야구부 창단 100주년인데 성적이 나지 않아 동문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었다"면서 "마지막 전국대회인 만큼 기대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저학년 선수 중 기량이 빨리 올라와 준 선수들이 몇몇 있고, 조직력 면에서도 시즌 초반보다 좋아졌다. 이번 봉황대기에서 야구부 창단 100주년의 축포를 쏘아 보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두 팀에 연습 공간을 제공해준 박혁 성남고 감독은 “광주제일고와 경북고와의 32강전은 봉황대기 초·중반 최고의 매치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준호 경북고 감독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투타의 핵심인 에이스 전미르가 청소년 대표팀에 차출됐지만 이 감독은 “선수 한 명 없다고 경기의 승패가 달라지는 팀은 진정 강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봉황대기에서의 우승이야말로 명실상부 챔피언이 되는 길이라 여긴다"고 밝혔다.
올해 청룡기를 제패한 경북고는 당시 결승에서는 경기 후반 투수진이 바닥나 야수인 박관우가 마지막 이닝을 책임졌다. 이번에도 주장 이승현을 중심으로 임종성 김세훈 투수 이승헌 등 모든 선수들이 전미르의 공백을 극복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경북고가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 봉황대기 최다 우승팀인 북일고(5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두 팀의 자존심 대결은 29일 오전 11시 30분 목동구장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