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 독립군 흉상 철거 논란에 "이종섭 국방장관 퇴진해야"

입력
2023.08.27 20:51

이종찬 광복회장이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독립군 5인(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이회영)의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회장은 27일 이 장관에게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장관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국방부에서 홍범도 장군 등 독립군의 공산당 활동 이력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선 "홍 장군은 (일제강점기 때) 연해주에서 무장투쟁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편의상 소련공산당에 가담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김일성을 무장독립투쟁 최고 수반으로 선전해왔기 때문에 그보다 위대한 홍 장군 유해 봉환을 방해하기도 했다"며 "홍 장군을 새삼스레 공산주의자로 몰아 흉상을 철거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백선엽 장군에 대해선 "한국전쟁에서 쌓은 공훈은 평가절하하지 않고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없애고 그 자리에 백 장군이나 그런 류의 장군의 흉상으로 대치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백 장군은 당초 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애국적인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일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일제에 충성하는 길도 마다하지 않고 선택한 것"이라며 "(5인과) 급수 자체가 다르다.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조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흉상 철거와 관련해선 "나 개인의 사정을 귀하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다"며 "정 필요가 없으면 흉상을 파손해 없애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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