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작은 소란만 벌어져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한 승객들이 대거 대피하는 소동이 잇따르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 쓸 작업 도구를 들고가던 인부, 팔꿈치 보호대를 차고 조깅하던 시민 등을 흉기난동범으로 오해해 신고하는 등 이달에만 오인 신고가 8건 발생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저녁 8시50분 서울 용산역에서 노량진역 방면으로 운행하던 1호선 열차에서 한 여성이 흉기 난동을 벌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열차는 한강 철교에 정차했고, 놀란 승객들이 열차 내 다른 칸으로 급히 대피하다 4명이 무릎 찰과상 등을 입었다. 이중 2명은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승객이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 던지며 소란을 피운 것이 흉기 난동으로 와전된 것이었다.
서울 신림동과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이후 이같은 오인 소동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달 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만 8건이나 된다.
특히 밀폐된 공간인 지하철에선 '비명 소리'만 나도 대규모 대피로 이어졌다. 지난 24일 오후7시50분쯤 서울 지하철 9호선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들도 비명 소리를 듣고 칼부림이 발생한 줄 알고 동작역에서 앞다퉈 하차했다. 하지만 이는 70대 외국인 남성이 열차 안에서 갑자기 쓰러지자 옆에 있던 가족들이 놀라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선 "가스 냄새가 난다" "난동범이 있다"는 신고가 이어졌고, 급히 내리려던 승객들이 뒤엉켜 7명이 다쳐 병원에 옮겨졌다. 열차 바닥에 남겨진 신발과 가방 등의 소지품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해는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 소동은 그룹 BTS 슈가의 솔로 콘서트를 관람하고 귀가하던 팬들이 열차에서 슈가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보다가 그의 문신 공개에 신나서 소리를 지른 게 발단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영문을 모르는 옆 칸 승객들이 깜짝 놀라 대피하기 시작했고 가스 누출, 흉기 소동이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고 한다.
운동 등 일상생활을 하거나 공사현장 인부 등이 흉기난동범으로 오인 신고되는 사례도 전국에서 벌어졌다.
경남 진주시에서는 지난 5일 낮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오른손에 흉기를 든 채 이동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하고 추적에 나섰다. 확인 결과 이 남성은 주변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로, 작업 도구를 들고 가던 중이었다.
경남 사천시에서는 지난 6일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흉기를 들고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추적한 결과, 이 남성은 쓰레기 더미에서 칼을 주워 재사용하려고 집으로 가지고 갔던 것이었다.
지난 5일에는 경기 의정부시의 하천 옆에서 검정색 후드티를 입고 조깅을 하던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흉기 난동범으로 신고돼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사복 경찰들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이 학생이 몸 여러 곳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어 과잉 진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8일 대구에서도 한 남성이 흉기 난동범으로 신고 당했는데, 경찰 조사 결과 한 시민이 조기중이던 남성의 팔꿈치 보호대를 흉기로 오해해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