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논란이 뜨거웠다. 판사의 SNS에 친민주당 성향의 글이 올라왔던 것을 근거로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판한 쪽이 있는 반면, 정치인의 경솔한 발언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일벌백계' 판결이라고 반기는 쪽도 있었다. 검찰이 정 의원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구형하면서 '사건발생 후 5년이 지났다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해 달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지연하며 봐주기 수사, 봐주기 구형을 했다'고 검찰 쪽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었다.
여기에 필자는 일선 변호사의 관점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정 의원은 과연 '대법원 양형기준의 공식'을 자신의 사건에 맞게 잘 대입했던 것일까?
판사의 양형판단은 '대법원 양형기준'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상참작사유(양형사유)를 충실하게 소명하는 것이며, 판사로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인 형을 선고받기 위하여는 대법원 양형기준에 근거하여 선처를 호소해야 한다. 설령 억울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칫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치면 중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으므로 피고인은 끝까지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유·무죄 및 양형을 판단할 때 일반 국민들과는 다른 기준이나 잣대가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4회 칼럼 참조).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해 SNS에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었는데,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고,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도 부족했다. 위 글을 적게 된 경위가 고 박원순 시장의 주장(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보복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정치적으로 반박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더라도, 4선 국회의원인 유력 정치인의 말이 갖는 의미와 무게를 생각해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는 것은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를 한 경우 '기본형량'은 '6개월~1년 4개월'이고, 판사는 여기에 '감경요소'와 '가중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을 정한다. 그런데 가중요소가 하나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상쇄할 만한 감경요소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 범죄의 공통적 감경요소이자, 실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감경요소는 '△진지한 반성 △상당한 피해회복(공탁 포함)'이다. 그런데 판결문에 따르면, 정 의원은 피해자인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거나, 합의를 하거나, 공탁을 하는 등으로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의원이 '박 시장과의 정치적인 공방이 주된 목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실질적 피해회복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자칫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쳤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서는 1심에서 이행하지 않았던 감경요소를 성실하게 이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처음에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던 것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검찰의 약식명령 청구가 부적절하다고 보아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한 판사는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였다.
그리고 만약 항소심 재판부가 정치인 발언의 무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치권과 언론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판사라면 어떡할 텐가. 정 의원 입장에서 피해자에게 상처 주려는 의도가 없었고, 정치적 공방의 과정이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상처를 입은 결과가 발생했다면 실질적 피해회복을 이행하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가능하다면 합의를 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고,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개정 공탁법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형사 공탁을 진행하는 것이다. 위자료 금액에 대해서는 2017년에 법원에서 발간한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이는 피해자가 있는 모든 형사사건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