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마다할 사람이 있으랴. 말하는 태도로 기품을 보이는 말씨,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인 맵시, 그리고 손으로 이뤄내는 재주라는 솜씨 등이 그것이다. 요리 솜씨, 공작 솜씨, 운전 솜씨 등 '솜씨'는 손으로 이루는 자태를 이른다. 타고난 능력과 훈련으로 얻은 능력 중에서도 솜씨는 곧 손과 동일시될 때가 많다.
매일, 그리고 매 순간 쓰는 손이다. 손의 각 부위를 이르는 말에는 무엇이 있을까? 오늘은 손을 엿본다. 먼저 '손등', '손바닥', '손목'이 보인다. 손의 끝에는 '엄지손가락,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약손가락, 새끼손가락'이 있다. 손을 쭉 펴서 짚은 '한 뼘'이 있는 것과 같이,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펴서 잰 '집게뼘'이 있다. 엄지손가락과 다른 네 손가락과의 사이를 '손아귀'라고 한다. 손으로 쥐는 힘을 뜻하기도 하는데, 무언가를 완전히 자기 통제 아래에 둘 때 '손아귀에 넣다'라고 한다. 손을 뻗고, 내젓고, 비비고, 잡고, 모으는 등 손과 연결되는 말은 이루 다 셀 수 없다. 그래서 어떤 것을 기어코 못 하게 남을 말릴 때 '손목을 잡고 말린다'고 한다. 손이 일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증거이다.
손은 곧 '일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흔히 '일손'이라고 하는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쉽게 잘 이룬다는 뜻으로 '손이 많으면 일도 쉽다'고 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일손이 부족한데, 손이 달리면 모든 경제 활동이 원활하지 않음을 우리 선조들은 알고 있었다. 또 손은 일하는 데 드는 '사람의 힘이나 노력'으로 확장돼 쓰인다. 어떤 일에 '손이 많이 간다'든지, 어릴 때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등과 같은 말에서 그러하다. 일의 성공과 실패가 누군가의 '손에 달려 있다'든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제때 완성하기 어렵다'든지 하는 말에서 솜씨 좋은 손의 위력은 더 결정적이다.
솜씨의 방언으로 '손씨'가 남아 있다. 일을 해 놓은 솜씨라는 '일솜씨'도 따로 있다. 손을 놀려 하는 일솜씨를 특히 '손끝'이라고 부르는데, 빈틈없고 꼼꼼하게 일할 때는 '손끝이 야무지다', 살림이 부유해질 때 '손끝에 물이 오르다'고 했다. 손은 여전히 재능과 기술의 대명사다. '국수 잘하는 솜씨가 수제비 못하랴'고 했다. 어떤 일에 능숙한 사람이 비슷한 다른 일도 잘한다는 말이다. 서툰 솜씨라도 지금 한 가지 일에서 잘해 내고 있다면 내일은 더 나은 솜씨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