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년여 만에 가장 낮게 오르면서, 당국 목표인 2.0%에 근접했으나 축포를 쏘는 건 일러 보인다. 지난해 같은 시기 물가가 워낙 많이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7월 물가 상승폭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기저효과가 서서히 사라지는 데다 기름값 상승 등 악재도 산재해 있어 정부의 물가 관리 능력은 이제야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월 물가는 전년 대비 2.3% 올랐다. 물가는 6월 2.7%로 2%대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달 25개월 만에 최소폭으로 상승했다. 7월 물가는 한국은행이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로 제시하고 있는 2.0%에 가까운 수준이다.
수치만 보면 물가는 잠잠해진 듯 보이나, 완연하게 꺾였다고 결론짓긴 어렵다. 최근 물가 하락 요인엔 기저효과도 섞여 있어서다. 7월 물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지난해 7월(6.3%)과 비교되면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것처럼 보인다.
물가가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서서히 내려간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가 물가를 떨어뜨리는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후 물가 상승률은 7월보다 더 뛸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석유류가 물가에 끼치는 영향력이 7월을 기점으로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기여도는 4월 –0.9%포인트, 5월 –0.99%포인트, 6월 –1.47%포인트, 7월 –1.49%포인트로 커졌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상승세였던 기름값이 올해 들어 하락폭을 키운 결과다.
하지만 최근 기름값이 지난해 수준을 향해 치솟으면서 석유류가 물가를 떨어뜨리길 기대하긴 어려워지고 있다.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이달 셋째 주 리터(L)당 휘발유 가격은 1,728원으로 지난해 8월 대비 겨우 64원 싸다. 휘발유 가격이 전년보다 445원 낮았던 7월과 비교해 격차가 확 줄어든 것이다.
기저효과가 제거될수록 정부의 물가 관리 역량이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률이 저절로 둔화됐다면, 향후 물가는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목표치에 근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국제유가 상승세로 석유류가 지난해 가격을 웃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 물가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공공요금도 물가 위협 요인 중 하나다. 수도권, 부산 등 주요 지역 지하철 요금이 10월에 오르고, 3분기에 동결된 전기요금 역시 한국전력공사 적자를 감안하면 언제든 인상할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은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이라는 물가 당국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