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추가 검사 결과로 발표한 '특혜성 환매' 의혹이 진실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수혜자로 지목된 '다선 의원'은 물론이고, 펀드 환매를 권유했던 증권사도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반면, 금감원은 라임이 회사 자본금까지 동원해 환매해준 점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은 라임이 대규모 환매 중단 직전이던 2019년 8, 9월 다선 의원 등 유력인사가 투자한 4개 라임펀드의 환매 대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 자금 돌려막기'를 했다고 발표했다. 국회의원(2억 원)과 A중앙회(200억 원), 상장사 B사(50억 원) 등 유력 정치인과 투자기업에 ‘특혜성 환매’를 해주기 위해 라임 측이 다른 펀드 자금을 끌어오면서 다른 펀드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 금감원 추가 조사의 핵심이다. 금감원은 ‘다선 의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확정했다.
금감원의 ‘특혜성 환매’ 발표는 당사자가 강하게 부인하면서 진실 게임으로 비화됐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라임마티니4호 펀드 등에 투자한 투자자는 저를 포함해 총 16명이었고, 이들 모두 미래에셋증권의 권유를 받아들여 동시에 환매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김 의원은 투자 원금은 2억 원이며 환매해 회수한 금액은 1억5,600만 원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며 “특혜성 환매는 허위사실이며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자금을 운용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도 "당시 라임의 상황이 좋지 않아 선제적으로 일괄 환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발표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가 된 4개 라임펀드는 언제든 중도 환매가 가능했던 데다, 환매 당사자들이 라임의 자금 돌려막기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자본시장법상 김 의원을 포함해 수혜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금감원이 이를 알고서도 ‘다선 의원’을 적시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 의원도 “건전한 시장 질서를 수호해야 할 금감원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라임 사태 피해자들의 분노와 피눈물을 정치적으로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검찰 출신 대통령 측근을 금감원장에 앉힌 이유가 바로 이것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특혜성 환매’라고 봤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 배경은 수사 등을 통해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주목한 부분은 라임이 환매를 위해 마련한 자금 가운데 자본금까지 동원했다는 점이다. 실제 라임은 다른 펀드에서 125억 원을 가져온 데다가 자본금 4억5,000만 원까지 더해 이들에게 환매했다. 자산운용사가 자본금을 당겨쓰면서까지 펀드 환매 자금을 마련하는 건 이례적이다. 자본시장법상 이익훼손금지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
라임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직전,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특정 투자자에게만 환매해준 데에는 ‘어떤 영향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의심이다. 금감원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라임의 60여개 개방형 펀드 중 정상 환매가 불가능했던 4개 펀드에서만 환매가 이뤄졌다"며 "라임이 불법 자금지원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축소하고 일부 회피하도록 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라임 등 3대 펀드 사태와 관련한 추가 검사 결과를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흠집내기’라는 야당과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금감원 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이날 이복현 원장을 만나 항의했고 이 원장은 제 항의에 수긍하며 송구하다 사과했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 측은 "이 원장은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