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에 소방관 평균 33명 투입... 드물지만 불나면 독한 '열폭주'

입력
2023.08.25 14:40
올해 상반기만 42건... 매년 2배꼴 늘어
진화 어렵고 화염 옆으로 퍼져 치명적
맞춤형 진화 기법 개발해 전국 보급 중

전기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관련 화재 사고도 2020년 이후 해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42건에 달한다. 2020년 11건에서 2021년 24건, 지난해 44건으로 해마다 2배가량 꾸준히 늘어나, 올해는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수치에 육박했다. 2020년부터 전기차 화재 121건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부상 10명, 사망 1명, 재산 피해액은 29억8,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기차가 특별히 화재 빈도가 높은 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된 전기차는 34만7,000대로 화재 발생 비율은 0.01%에 그친다. 화재율 0.16%(등록 차량 2,369만8,000대 중 화재 발생 3,680건)인 내연기관차의 16분의 1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전기차는 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 현상 때문에 불이 나면 진압이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 피해가 훨씬 치명적이다. 내연기관차는 엔진룸의 부속품과 내부 내장재에 직접 물을 뿌려 신속히 소화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배터리팩 내부로 물을 분사할 수 없어 외부에서 배터리팩을 냉각하는 간접 진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지난해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발생한 전기차 화재 45건 중 자체 진화한 8건을 제외한 나머지 37건을 진화하는 데 평균 27분이 걸렸고, 소방 인력 33.4명이 투입됐다. 최대 소요 시간은 2시간 11분이었다. 2020년 서울 용산구에서 테슬라 차량에 불이 났을 때는 소방관 84명이 동원되기도 했다.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 장소를 보면 일반도로(47건)에 이어 주차장(46건)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주차 차량에서 불이 나면 순식간에 주변 차량으로 불길이 번져 피해가 급격히 커진다. 화재 시 화염이 위로 치솟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에서 방출되는 가연성 가스의 압력으로 인해 화염이 옆으로 퍼지는 탓이다.

소방청은 변화하는 재난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질식소화덮개, 이동식수조, 상방방사관창, 관통형관창, 수벽형성관창 등 전기차 화재진압 전문 장비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대구에서 ‘2023 국제소방안전박람회’도 연다. 국립소방연구원은 2년간 실증 실험 연구로 전기차 화재 대응기법을 개발해 ‘전기차 화재 대응가이드’를 제작, 올해 4월 전국 소방서에 배포하기도 했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전기차 화재가 나면 무리하게 끄려고 하지 말고 우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119에 신고하고, 신고 시 전기차 화재라고 알려줘야 한다”며 “재난 대응력 강화를 위한 훈련과 장비 확충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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