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펀드 사태' 재검사했더니...국회의원 등에 '특혜성 환매' 드러나

입력
2023.08.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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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환매 중단 직전 의원, 투자기업에 '환매'
펀드 투자기업들, 수천억 원대 횡령·배임 적발
검찰 수사로 횡령금 용처에 따라 파장 커질 듯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중징계 처분을 했던 라임자산운용(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디스커버리자산운용(디스커버리)을 추가 검사해 수백억 원 규모의 특혜성 환매, 횡령 등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환매 수혜자에는 현역 다선 의원도 포함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사법 처리로 마무리되고 있던 '3대 펀드 사태'는 새로운 위법혐의가 확인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금감원은 1월 설치한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추가 검사 결과 △특정 펀드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펀드 투자기업의 자금 횡령 △임직원 사익추구 행위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적발한 횡령, 배임 등 부정한 자금 유용 사례를 5월부터 수차례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켜 다수 투자자 피해를 양산했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라임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그해 10월 1조6,000억 원대 환매 중단을 선언한 사건이다. 옵티머스는 2020년 투자 사기로 5,000억 원대 피해를 냈다. 디스커버리 또한 2019년 2,500억 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켰으나, 장하원 디스커버리 대표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선 의원, 환매 중단 직전 2억 돌려받아

금감원의 재검사에서 드러난 부당 행위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국회의원 특혜성 환매'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은 대규모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이었던 2019년 8, 9월 4개 라임펀드의 환매 대응 자금이 부족해지자 다른 펀드의 자금 125억 원과 운용사 고유자금 4억5,000만 원을 빼돌려 일부 투자자에게 특혜성 환매를 했다. 이들 중에는 2억 원을 돌려받은 현역 다선 의원을 비롯해 A중앙회(200억 원), 상장사 B사(50억 원) 등 유력 정치인과 투자기업들이 포함됐다. 이들에 대한 환매 때문에 다른 펀드 투자자들은 손실을 봐야 했다.

금감원은 특혜성 환매로 투자금을 돌려받은 국회의원과 라임 사이의 관련성을 추적하고 있다. 문제의 펀드는 투자 기간 중 언제든 환매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인 탓에, 돈을 돌려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환매 수혜자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이날 서울 본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반적으로 수익자를 처벌할 조항이 없다"며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투자금을) 인출하게 했다면 이는 운용사 임직원의 법적 문제며, 이 부분은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운용사 투자자금 대거 빼돌려져

대규모 횡령 혐의도 적발됐다. 특히 라임이 투자한 기업 5곳은 총 2,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비상장사 회장 C씨 등 3명은 2018년 12월 라임펀드 투자금 300억 원을 빼돌려 필리핀 소재 리조트 지분을 차명 인수했다. 다른 비상장사 대표 등 4명도 2018년 라임 투자금 등 계열사 자금 50억6,000만 원을 본인 계좌로 챙겨 발각됐다. 함 부원장은 "횡령 관련 자금이 정상적이지 않은 곳으로 흘러간 사실을 검찰에 통보했다"며 "용처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펀드에서도 자금 유용이 드러났다. 옵티머스 자금이 투자된 특수목적법인(SPC)의 대표 D씨는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펀드자금 등 15억 원을 빼내 12억 원을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계좌로 입금해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디스커버리 자금이 투자된 해외 SPC의 자금관리와 투자업무를 수행하던 E씨는 2017년 9월 해외 SPC 자금으로 미국 운용사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부실 자산을 액면가(5,500만 달러·약 730억 원)로 매입해 준 대가로 해당 운용사 등에 42만 달러(약 6억 원)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대가·미공개 정보로 돈 챙기기도

투자 명목으로 뒷돈을 챙기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 기금운용본부장 F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기금의 약 37%(1,060억 원)를 옵티머스에 투자한 대가로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F씨의 자녀는 옵티머스 부문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급여를 받기도 했다. 옵티머스의 다른 임원은 투자 사기를 알고서도 투자제안서와 달리 자금을 운용하도록 지시하고는 부문 대표로부터 1억 원을 수수했다.

디스커버리 임직원 4명은 부동산 대출펀드 운용 과정에서 알게 된 인허가 사항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018년 8월부터 3개월간 시행사 지분을 취득한 뒤 배당수익과 지분매각차익으로 4,600만 원을 챙겼다. 디스커버리가 이 시행사의 약정 이자 일부를 면제하거나 이자지급 기일을 연기한 사실도 확인됐다.


드러난 추가 불법 행위, 파장 어디까지

금감원은 3대 펀드 사태의 사회적 관심도가 큰 점을 감안, 재검사 결과로 드러난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에 대해 제재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수사 통보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조해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추가 검사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태 당시 불거졌던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 연루설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작년 취임 일성으로 라임·옵티머스 재조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서 전 정권 인사들의 개입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랐다. 실제 재검사에서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특혜성 환매가 확인됐고,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횡령금이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파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다만 함 부원장은 "유력 인사를 찾기 위해 검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