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사단도 해체 중인데… 의경 늘리려면 군병력 더 줄여야

입력
2023.08.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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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의경 인력 약 8,000명 순차 채용
경찰 "곡소리 나왔는데 보강되니 다행"
전문가 "의경 부적절... 전문 경찰 필요"

한덕수 국무총리가 치안 강화 대책으로 언급한 의무경찰(의경) 제도 부활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전방 사단마저 해체해야 할 정도로 입대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 8,000명으로 예정된 의경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잇따른 강력범죄로 인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나온 방안이지만, 의경을 부활하려면 군 병력을 예상보다 더 줄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경 부활과 관련, 23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속대응팀 경력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에 배치될 4,000명 등을 합쳐 7,500∼8,000명 정도를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7, 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계획이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올해 5월 마지막 기수의 전역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의경 제도가 내년 상반기쯤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일선 "인력난 해소 가능" 환영

의경은 현역 자원을 국방부 대신 경찰청에 배치해 치안유지 업무를 하도록 하는 제도로, 1982년 군사정권 시절 시위 대응 등 경찰력 수요가 늘면서 도입됐다. 범죄 예방이나 집회 시위 관리 등 치안 보조 역할을 했던 의경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개혁 일환으로 폐지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관으로 의경을 대체하겠다"며 2018년부터 5년간 매년 20%씩 인력을 줄였고, 결국 올해 5월 의경 제도가 완전히 사라졌다.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관들은 의경 복원 발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 이후 시작된 특별치안활동의 효과를 보려면 결국엔 현장 배치 인력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경이 빠지면서 인력 충원이 안 된 교통, 순찰 업무에 부담이 가중됐다"며 "인력이 부족해 현장에선 곡소리가 나왔는데 보강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군 병력도 부족한데... 전문성 문제도

문제는 안 그래도 입대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군에 갈 병력을 경찰로 돌리는 게 가능한지 여부다. 지난해 국방백서에 따르면 국군 평시 병력은 50만 명 수준으로 2년 전(55만5,000명)에 비해 10% 줄었다. 육군은 인구 감소에 따라 3년 후 2개 군단과 2개 사단을 해체할 계획이다. 징집 연령인 만 20세 인구는 올해 약 25만5,000명에서 2025년 22만5,000명, 2037년에는 약 18만 명으로 급감한다는 전망(한국국방연구원)도 있다.

결국엔 의경을 다시 살리려면 군 병력을 더 줄여야 한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이미 한국의 현역판정률(징병검사에서 현역 처분을 받은 비율)은 91.5%(2013년)를 찍은 뒤 8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마른 수건 쥐어짜기(현역 비율 높이기)는 불가능하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경이 사라진 것은 인구 감소 때문이었는데 의경으로 치안 인력을 충당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전문 경찰인력을 새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경찰관을 뽑으려면 돈이 많이 드니, 헐값(군인 봉급)에 치안 인력을 충원하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의경이 강력범 대응 업무를 하기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민을 위한 소명의식을 가진 전문 직업경찰관이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열아홉, 스무 살 청년들을 흉악범 난동 우려 현장에 배치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서현정 기자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