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배원들이 폭염·폭우·태풍 등 극한 기후 상황에서도 보호 조치가 없어 우편물 배달을 강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집배관 복지법 제정을 비롯한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23일 오전 서울역 광장 앞에서 '기후위기 집배원 안전대책 촉구·집배관 복지법 입법 쟁취'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적정 집배인력 운영, 위험 상황 시 집배업무 정지 조항이 담긴 집배관 복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이날부터 대국민 입법 촉구 서명운동을 한다고 밝혔다.
고광완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태풍과 더위가 올 때마다 배달·물류 노동자 안전조치 기간을 설정하지만, 실제로 안전조치 내용은 '물을 좀 더 마셔라' '이륜차 안전모(헬멧) 내피를 자주 갈아라'라는 안내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폭염·호우 등 갈수록 극한 기후 상황이 잦아지는데 배달중지, 배달유예 등 실질적인 보호 조치는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태풍 카눈 때도 재난안전청은 며칠 전부터 위험을 경고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각 우체국 총괄국장에게 '자체 판단하라'고 했다'며 "결국 대부분 우체국의 집배원들은 카눈이 관할 지역을 지나가기 직전까지 폭우 속에서 이륜차를 몰고 배달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오현암 사무처장은 "경찰과 소방처럼 외근 업무를 하는 다른 공무원들은 이미 2012년 기본안전복지법이 제정돼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고 있지만, 집배원은 안전 제도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집배관 복지법에 △재난·재해로 생명과 안전에 위험 우려가 있을 경우 우편물 배달 중지 △소속 집배관 다수의 병가·휴직으로 인력 부족 시 배달 유예 조치를 하는 것을 '우편관서장 의무'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도 폭우·폭설·태풍 시 업무 중단을 하게 하는 고시가 있지만, 전체 배달 구역의 10%에 불과한 '위험 1급지'에 '경보'가 발령될 경우에 한정돼 실효성이 없다고 노조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