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시베리아 호랑이 '수호'가 이달 6일 갑자기 숨지면서 관리 부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5월 각각 발생한 호랑이 '가람'과 '파랑'의 사망 사고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은 점점 커져가는 양상이다.
23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2013년 6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수호가 6일 오후 갑작스럽게 숨졌다. 서울대공원은 수호가 "숨진 당일까지도 별다른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르면 다음 주 중 검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랑이 관련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폭염 속 수호가 방치돼 숨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해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왔고, 서울대공원에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민원이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이번 호랑이 사망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사육사가 호랑이 사육장의 내실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내부 방사장과 외부 방사장에 있던 호랑이 간 다툼으로 2008년생 가람이 사망했다. 사육사가 외부 방사장에 호랑이가 있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채, 내실 청소를 위해 가람을 외부 방사장으로 이동시키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이 과정에서 '2인 1조' 근무지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앞서 5월에는 지난해 태어난 호랑이 세 마리 중 파랑이 고양잇과 동물에게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에 감염돼 숨졌다.
시민들은 특히 수호 사고와 관련해 △사육사가 제대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고 △더위를 피하기 위한 내실 문을 열어두지 않았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사육사가 땡볕에서 수시간 동안 움직임 없이 거친 숨을 내쉬며 누워 있는 수호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내실로 들어가야 할 시간에 수호가 반응이 없자 오히려 관람객에게 수호의 상태를 확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측은 "사육사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수호의 상태를 모니터링했다"며 "상황이 시급함을 파악하고 수호를 살리고자 하는 다급한 마음에 당일 오전부터 수호를 관찰했던 관람객에게 상태를 질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입방사 훈련을 위해 방사 후 문을 차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단체들은 사육관리시스템 부재를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야생동물 수의사인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방사장 다툼의 경우 2인 1조 근무지침 등 기본적인 것만 제대로 지켰어도 사고를 줄일 가능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또 "입방사 훈련을 위한 원칙이 있었다고 해도 폭염 시에는 몸을 식힐 수 있는 장치를 더하고, 내실문을 개방하는 등의 제도가 마련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오는 12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동물원이 보유하는 동물들의 복지 실태 조사와 평가시스템이 도입되므로 이를 잘 운용해야 한다"며 "이와 별도로 서울대공원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자체적으로 동물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